[기고]당신은 어떤 책입니까?

김숙희 서귀포시도서관운영사무소 소장

2015-03-03     영주일보

도서관에서 수십 년을 일해 왔지만 아직 한 번도 소개해본 적 없는 책이 있다. 바로 사람책이다. 세계 각국, 요 근래에는 우리나라 곳곳에도 사람책이라는 것이 있다. 나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하기도 어려울 만큼 폭넓은 주제의 사람책이 있는 모양이다. 성직자라는 사람책, 채식주의자라는 사람책, 정치인이라는 사람책, 주부라는 사람책 등.

휴먼라이브러리는 바로 이 ‘사람책을 빌려 읽는 도서관’이다. 사람을 빌려 읽는다니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아주 단순한 시스템이다. 도서관에 자료실이 있고 서가가 있고 거기에 수많은 책들이 꽂혀있다. 휴먼라이브러리에는 사람책 자료실이 있고 사람책 서가가 있고, 사람책들이 앉아 있다. 도서관에서는 필요한 책을 골라 대출하고 다 읽고 나서 반납한다. 휴먼라이브러리에서도 읽고 싶은 사람책을 골라 대출하고 읽고 나서 반납한다. 책을 혼자 너무 오래 읽는다거나(연체), 책을 (물리적, 정신적으로)훼손하는 행위는 제재 대상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대출을 해도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스톱 더 바이얼런스(STOP THE VIOLENCE)’라는 청년 관련 NGO에서 처음 기획한 휴먼라이브러리는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평등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사람책은 곧 편견이나 차별로 인한 불합리한 경험을 가진 자로써, 독자와 대화를 통해 독자가 가지고 있던 편견의 폭을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김수정, 달. 2009)를 보면 확실히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책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온갖 이야기들이 섞여 있는 ‘초고’라서 선뜻 손들지 못해 그렇지, 그걸 정갈하게 정리하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으면 잘 편집된 사람책이 된다.

서귀포시 중앙도서관에서는 ‘초고’의 사람책을 찾고 있다.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다는 말이다. 자신만의 주제를 발견하고, 정리하고, 말하는 과정은 사람책에게도 뜻밖의 귀한 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자신만의 경험이나 지식, 정보나 지혜를 다양한 독자와 나누는 휴먼라이브러리의 생동감을 상상하니 나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 내 몫을 하고 싶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라는 책은 어떤 책일까.
나는 어떤 사람책을 읽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