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제주들불축제 축시]들불축제
-정월대보름 제주 들불축제-김정파
2015-03-02 영주일보
-정월대보름 제주 들불축제-
김정파
1.
정월(正月) 대보름!
오늘 우리는,동방(東方)의 아름다운 섬, 제주 섬이
신선(新鮮)한 정열(情熱)을 다시 태우기 위하여
은하가 뻗어가는 영산(靈山) 한라의 기슭에
소망(所望)의 불씨를 안고 오순도순 모였습니다.
시원(始原)의 푸른 말씀을 가슴깊이 새기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대의 들녘에
평화(平和)의 기도(祈禱)로 모였습니다.
서로 손에 손을 잡은 미래 꿈의 성냥 알로,
도둑 거지 대문 없는 전통(傳統)의 부싯돌로,
삼무도(三無島)! 그 언약(言約)의 들판에 정열(情熱)의 불씨를 당깁니다.
머나먼 신화의 아득한 경계를 끌고와서
방화선(防火線)안 곳곳에 뿌려지는 불의 씨, 분출되는 섬의 기도여!!
이웃에 이웃을 깨우고 번지며 기세 좋게 일어서기 시작합니다.
어스름한 인간들의 안과 밖을 모두 비추며
영광(榮光)처럼 치솟아 오르기 시작합니다.
오름 산과 그 들판을 통째로 태우는 장엄(莊嚴)한 열기(熱氣)가
차가운 겨울하늘을 서서히 데워내기 시작합니다.
오! 저!
장엄(莊嚴)한 오름 불바다! 치솟는 요원의 불길앞에
불보다 더 불을 뿜는 탄성(歎聲)들,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한 채
불붙은 하늘로 쏘아 올리는 눈빛,눈빛, 수십만의 눈빛들 .
놀라움의 눈빛 경외의 눈빛 환희의 눈빛! 눈빛!
타닥! 타닥! 휘이익!
휘이익! 휘이-익!!
불 바람 휘도는 천지간(天地間)의 함성(喊聲),
하늘의 불길에 녹아나는 온갖 악령들이 발악 ! 단말마의 비명들이 타들어 사라져 갈때
서늘히 가슴 가슴에 녹아내리는 응어리,
해묵은 체증들.
방목(放牧)하는 자유(自由)의 들판에서
풀대의 둥치에 숨어 어진 가축의 피를 빠는 진드기, 벌레 알들,
해묵은 그루터기를 모조리 태웁니다.
웃자란 덤불 속에 우글우글 숨어 위장하는
벌레 알 같은!
사회악(社會惡)의 병원균을 모조리 태웁니다.
부정(不正)의 알
부패(腐敗)의 알
부조리(不條理)의 알,
폭력과 속임수,
무능(無能)과 어리석음의 알들도
모조리 쓸어 모아 태웁니다.
묵은해를 사려 태우고 해묵은 구각(舊殼)을 용암(鎔巖)처럼 녹입니다.
세파에 상처(傷處)입고 응어리진 가슴속에
혹시라도 숨어 있을
내 마음속의 가시들.
미워하는 마음, 분노(憤怒), 증오(憎惡) 같은 나 스스로를 찌르는 마음
절망(絶望)이나 좌절(挫折) 같은 나약한 마음!
시의(猜疑), 배타(排他), 헐뜯음 같은 비겁(卑怯)한 마음!
과욕(過慾)이나 성냄,오만 등, 오히려 나에게 독소(毒素)로 작용하는
내 마음속의 병원균(病原菌)들도 탈탈 털어 하늘의 불길에 활활 태워 날립니다.
바닷길로 날립니다!
하늘 길로 올립니다!
찬 겨울이 뿌지직 뿌지직 타는
요원(遼遠)의 불길 앞에
온갖 악령(惡靈)과 질병(疾病), 재앙(災殃)의 씨들이 새카맣게 재가 되어 갑니다.
번뇌(煩惱)의 사슬까지 싹둑 잘려 나갑니다.
타고난 섬, 야무진 그루터기엔 새 풀이 돋고
비워진 우리들의 가슴속엔
평화로운 숨결이 박동치리니,
달님이여! 보이나이까!
풍요(豊饒)의 달님 !
잉태(孕胎)의 달님!
시대의 변방, 제주 섬에 피우는
평화(平和)의 화톳불이 보이나이까?
지순(至純)한 정열(情熱)이 타는 이 야성(野性)의 들판에서
제주 섬이 부르짖는
들불함성이 들리나이까 !
인류(人類)의 염원(念願)이,
그 평화이념이 뚜렷이
이 섬의 등판에
지형(地形)암호(暗號)로 새겨져 있는 제주 섬.
생명(生命)사상이여,온유한 사랑이여,책임있는 자유(自由)여 평등이여, 그리고
그 상생(相生)과 조율(調律)의 뜻이 조화롭게 물결지어 흐르는
신(神)들의 고향, 제주 섬.
이 세계인의 이상향 이여도에 피우는
당신의 모닥불이 보이나이까!
악령(惡靈)도 질병(疾病)도 온갖 재앙(災殃) 물러가라!
안녕(安寧)과 풍년(豊年)을 기원하는 들불 놓기, 방애!
평화(平和)와 안전(安全)을 기원하는 들불축제.
우리들의 들불염원이
그리운 당신의 가슴속으로 번지나이까!
푸른 바다 넘실대는 이 섬의 불빛 정열 앞에
수평선(水平線) 꽃 레이스를 두르며
유람선(遊覽船) 불빛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민족들이,
흑, 백, 황색인들이,
색깔 다른 발 자욱도, 높고 낮은 목소리도, 모두다
자랑처럼 아름다운 그들의 나라들을 짊어지고
둘레둘레 모여들고 있습니다.
밝은 달님! 어지신 달님!
애틋한 가슴속에 소망(所望)의 소지를 살라
하늘 길로 올리나니!
적(赤), 청(靑), 황(黃), 흑(黑), 백(白)의 오색 창연한
이여도의 불빛을 굽어 보소서!
삶에 그을리고
가끔은 상처(傷處)도 입었던
우리들 가슴속에 밝은 웃음 주소서!
이 나라에 안녕과 국운(國運)을 주소서!
졸싸움에 피 흘리는, 색깔 다른 저 어진 나라들에게, 진정!
화합(和合)과 평화(平和)를 안겨 주소서!
아직도 이 아름다운 행성에 속박의 굴레가 있거든 흔쾌히 벗겨주소서!
지구별 창조(創造)이념(理念)을 섬땅의 등판에다 새겨 짊어진 제주 섬.
이 섬의 정열을 태우는 들불염원은
영원(永遠)히 꺼지지 않으리니,
오라!
답답한 이여! 이 섬에 오라!
버릴 것 버리지 못하는 자,
태울 것 태우지 못한 자.
제주로 훌쩍 오라!
파도치는 가슴, 목 놓아 울부짖는, 이 제주의 해역(海域)에 오라!
새로운 꿈이 필요한 자,
잃어버린 꿈을 되찾고 싶은 자, 흔쾌히 이 길로 오라!
바람의 길, 청정한 영혼의 길로 오라!
영험(靈驗)의 씨앗을 싹틔우려하는 이도, 모두다!
자유로운 영혼(靈魂)이 능선(稜線)에 물결지어 흐르는
오름왕국 제주로 오라!
오르리라! 닿으리라!
아직도 이 아름다운 섬을 보지못한 자,
삶에 지친 날개를 잠시 접고
쉬어가고 싶은 자,
영혼(靈魂)의 정비소(整備所)가 깃발 치는 제주로 오라!
시원의 푸른 말씀 성성히
신화처럼 타오르는
들불함성을 몸으로 확인하는 자,
생각만 해도 그 가슴에 응어리는 다시 없 으 리!
오름 산 불덩이같이 밝은 운은! 트리니!!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