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달라져가는 장례 문화

김지경 제주시 용담2동주민센터

2014-09-11     영주일보

직장 다니랴 애들 챙기랴 바쁜 가정살림 속에서, 드디어 추석명절이 다가왔다. 추석 명절 준비도 준비지만, 조상님들의 벌초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다. 예전처럼 친척들이 많으면 걱정 없었지만, 적게 낳는 시대이고 더군다나 육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아 음력 초하루 어간에 실시하는 벌초에 참석하기란 너무나도 힘든 연례 행사가 되어 버렸다. 더욱이 문중벌초에 가족벌초까지 하려면 2주간 토요일과 일요일은 힘들게 시간을 비워야 한다.

또한, 우리 가족은 아들이 고3인 학생뿐이고 벌초에 참석을 하지 못하게 되어, 남편과 내가 참석해도 벌초하기가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문중벌초나 가족벌초가 오전내 다 끝나버렸다. 왜냐하면, 올해 총12기의 조상 묘를 화장 후 한곳에 이장하여 모셨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3팀으로 나뉘어 하루 종일 어렵게 묘를 찾아다니며 저녁까지 하고, 어떨 때는 묘를 잘못 찾아 헤매기도 했었는데 오랜 논의 끝에 이장을 하였다.

수백 년간 내려온 전통을 한순간에 바꾸기는 너무나도 힘들다. 특히, 집안 어르신들의 지켜 오신 관습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고부간의 갈등처럼 세대 간의 갈등으로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자손도 적어지고, 지구촌을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다양하게 삶의 터전을 일구는 이 바쁜 세상에서 조상들의 개별 묘지들을 묵묵히 지킨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인묘지 면적은 30㎡이하, 가족묘지 면적은 100㎡이하, 종중․문중묘지 면적은 1,000㎡이하로 묘지의 공통설치기준을 준수하고, 설치 전에 특별자치도지사에게 설치 허가 신청을 받아야 한다. 또한, 봉안시설의 종류에는 봉안묘, 봉안당, 봉안탑, 봉안담 등이 있다.

제주시에는 후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아름다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연장지인 어승생 한울 누리공원이 운영되고 있다. 장례에 드는 비용도 절감되고, 유지․관리 역시 제주시에서 연중 관리해 드리고 있으며, 토지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유형으로는 잔디화초수목형, 정원형으로, 40년간 사용료는 10만원에서 60만원이다.

우리 민족의 소중한 전통을 계속 계승 발전하여야 하나, 시대와 조화를 이루며 합리적으로 변화해 나아가는 것이 이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