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뢰의 자원 청렴

손찬환 정방동주민센터

2014-07-22     영주일보

지난 해 공무원 면접시험에서 면접관이 나에게 물었다. “공무원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냐?” 나는 지체없이 ‘청렴’이라고 대답했다. 공무원이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공직 외부에 있는 주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고 신뢰는 기본적으로 공무원의 청렴이 바탕이 되어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직 사회에서 부끄러운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전국 광역자치도 청렴도 평가 결과 제주도는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2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도민에게 부끄러운 성적인 만큼 올 초 도에서도 청렴도 1등급 달성을 위한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공무원의 억 단위 공금 횡령사건, 보조금 사적 유용사건 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우리들의 얼굴은 다시 붉어졌다. 시민들은 청렴도 개선 노력에 대한 공무원들의 의지마저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노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부패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살아 남았다. 인간이 집단생활을 시작한 이래 발생한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부패의 질긴 존재를 어떻게 하면 지울 수 있을까?

부패는 어둠 속에서 자라고 번식한다. 사람들이 무관심해 하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어느새 커다랗게 자라있다. 그때 가서 제거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여야 한다. 먼저 부패가 자랄 수 있는 환경, 사각지대를 몰아내야 한다. 시민, 동료 공무원의 매서운 시선과 관심이 어둠을 밝음으로 바꿀 수 있다. 즉 부패는 공무원 자신만의 노력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복의 주인인 시민들도 함께 관심을 가져야만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시민들과 동료공무원은 방관자로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또 공무원 자구 노력도 응당 필요하다. 이솝우화 속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에 동네주민들은 2번은 속았으나 3번은 속지 않았다. 3번째 말이 진실이었는데도 말이다. 공무원들에게는 그간 여러 차례의 개혁의 기회가 있었으나 양치기 소년과 같이 소중한 기회들을 살리지 못하고 도민들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앞으로 공무원들의 비리가 반복되다 보면 공무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고착화되어 고정관념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 그것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것이다. 공무원에 대한 불신은 다시 공무원들의 시민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고 제주도 사회는 상호불신으로 가득 차 행정집행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공무원은 먼저 도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기회를 살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양치기 소년처럼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부패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는 없다. 하지만 시민과 공무원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 의지로써 공직 사회에 청렴 DNA가 심어질 때 부패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도민사회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청정한 공직사회도 머지않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