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렛당신, 허물, 이질, 설사, 복통, 아이 질병을 걷어 주던 신(神)이었습니다.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웃손당 금백주와 알손당 소천국 사이에 태어난 셋째 아들이 표선 바람뭇도이고 그 셋째 아들이 토산 바람뭇도였습니다. 큰부인 서당팟 일러중저를 두고 토산 바람뭇도는 여러 가지 죄목으로 무쇠석함에 태워져 바다에 버려졌습니다. 석함에 갇힌 바람뭇도는 용왕국에 이르고 용왕의 셋째 딸과 혼인하여 작은 부인으로 삼고 살았으나 식성(食性)이 너무 과다하였으므로 용왕국에서 쫓겨나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용왕국 딸은 동산에서 불림질 하던 어머님에게 부술을 부러 콩깍지가 눈에 들게하여 눈병을 앓게 합니다. 딸 아기들에게 콩깍지를 내어 달라 하지만 할 수 없다고 하는 순간 작은 부인 용왕의 딸(일뤠할망)이 청부채를 흔들어 눈병을 고쳐 줍니다. 이 치병의 값으로 땅을 떼어 주기로 하는데, 이 때 큰 부인은 부모가 작은 부인에게 땅을 얼마나 떼어주는가를 살펴보려 나갔다가 유월 땡볕에 목이 말라옵니다. 이 때 돼지 발자국에 고인 물과 돼지털을 그을려 먹게 되는데, 그 때문에 부정(不淨)하다고 남편에게 쫓겨나 마라도로 귀양정배하게 됩니다. 첩이 그만한 일로 본처를 귀양 보내느냐면서 큰부인의 귀양을 풀리러 가보니 아들 칠형제를 낳아 있으므로 이들을 데리고 돌아오게 됩니다. 작은 부인은 산으로 일곱 형제를 데리고 오고, 큰 부인은 해변으로 돌아오기로 하고 나중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두 부인이 다시 만나 아이들을 점고해 보니 한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없어진 아이를 찾고 보니 아이는 자갈를 주워 먹으며 울고, 흙을 주워 먹으며 울고, 새왓디(띠밭에서) 뒹굴어 물비리, 당비리(옴병), 허물, 눈병이 걸려 있었습니다. 병든 아이를 고치고 우는 아이를 달래어 느진덕정하님에게 업히고 서당팟으로 돌아와 당신이 되어 좌정했다고 합니다. 아들 칠형제는 각 마을의 본향당신으로 좌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일렛당신은 허물을 거두어 주고 이질, 설사, 복통을 걷어 주고, 아이가 앓는 때에도 이 신에게 빌면 낫게 해 주는 신으로 역할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은 겪었던 허물, 부스럼 등의 피부병에 효험이 있었으므로 이 일렛당은 토산리를 근원으로 하고 다른 마을로 가지 갈라가게 되면서 전도에서 신앙하고 있는 당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마을 마다 제의(祭儀)는 매월 매 7일에 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