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ᄂᆞᆯ의 뉴스를 ᄀᆞ라드리쿠다

이상섭 한경면사무소

2014-05-23     영주일보

“언어는 파시스트다.” 롤랑 바르트는 언어의 권력적 성격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특권 계급과 특정 언어의 밀착을 통해 사회의 위계가 공고해지는 반면 그 언어에서 배제된 계급은 권력에서도 배제된다. 나아가 한 언어가 권력적 성격을 완전히 상실하면 언어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반대 역시 가능하다. 권력을 담보하는 한 언어는 살아남는다. 로마 멸망 후 중세 천년을 지나며 라틴어를 말하는 사람조차 사라졌지만 라틴어는 살아남았다.

2010년 유네스코에 의해 제주어가 소멸위기 언어로 등재된 후 다양한 보전 노력이 있었지만 성공했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흔히 제주어 소멸위기의 원인을 사용자 수의 부족, 사용자들의 보전 노력 미흡 등 외적 요인에서 찾는다.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들이 언어생활을 중단하는 것도 아닐 진데 제주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것이 다른 언어로 대체된다는 뜻이다.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다. 혹시 제주어의 경쟁력 부족 원인이 제주어 자체에 내재해 있는 것은 아닐까?

언어는 말과 글이다. 제주어의 문제는 말은 있지만 글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어 말하기 대회는 있지만 제주어 글짓기 대회는 없다. 말은 글을 통해 공식성의 권력을 획득하고 완성된 언어로서 살아남는다. 사투리는 기록되지 않음으로 권력에서 배제된다. 어느 지방이던 대한민국 모든 초등학교 받아쓰기 시간에 써지는 말은 표준어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라. 제주사람들이 실제로 자신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주어로 글을 쓰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글이 있어야 말을 살릴 수 있다. 단테는 영혼의 구원을 노래한 불멸의 서사시 『신곡』을 표준어가 아닌 토스카나 사투리로 썼다. 『신곡』이 ‘불멸’하는 한 토스카나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관공서 간행물 중 일부 코너를 제주어로 표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제주어 받아쓰기를 통해 올바른 제주어 표기 학습도 가능하다. 일부 신문기사를 제주어로 작성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글이 있어야 제주어는 공식성을 획득할 수 있다. 그래야만 제주어가 살 수 있다. 제주글이 정립되고 그 결과, 어느 날 저녁 우리가 텔레비전을 켰을 때 “오ᄂᆞᆯ의 뉴스를 ᄀᆞ라드리쿠다.”라고 말하는 앵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 때는 제주어가 살아남았다고 믿어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