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영 칼럼](34)수평선
2014-04-13 양대영 기자
수평선
-양중해-
제주도 사람들은
수평선 안에서 산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한라산의 발치라면 어디에라도 터를 잡고
수평선을 등지면 한라산
한라산을 등지면 수평선
그 누구도
길고 짧은 한 평생을
수평선에 갇히어
수평선 안에서 살다가
수평선 안에서 삶을 마친다.
제주도 사람들은
수평선 밖 어디쯤에
이어도가 있다고 믿어왔으나
다녀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평선 안이 답답하면
이어도를 찾아 배를 띄워 보지만
노를 저어 나가다 보면
앞으로 나갔던 만큼씩
다시 밖으로 물러서 버리는 수평선
제주도 사람들은
그 누구도
수평선을 한번도 건너보지 못하고
이어도에도 가보지 못하였다.
제주도에서는 해도 수평선에서 뜨고
달도 수평선에서 뜨고는
해도 달도
수평선으로 진다.
구름도 수평선에서 일어나
수평선 안에서만 떠밀려 다니다가
수평선에서 사라진다.
제주도의 수평선은
저렇게 아름답고
저렇게 조용하게 보이지만
수평선에서는 , 지금도
거센 파도가 일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의
기쁨과 눈물
삶의 맥박이
쉬임 없이 고동치고 있는 수평선.
수평선은
제주도 사람들의 숙명이다.
선택이 주어지지 않는
한정된 우주이다.
시인의 말대로 이어도에 갔다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평선 안이 답답하여 배를 타고 이어도에 가보지만, 갈수록 그만큼씩 수평선은 멀어지기 때문에 수평선 너머에 있는 이어도에는 영영 갈수가 없고 만다.
그래도 수평선 너머에 있다는 이어도는 우리의 정신에 영원히 살아남아 제주를 지키는 영혼이 되고 있다. 이게 제주도와 제주도 사람들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