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민원인과 공무원, 그리고 감정에 대하여

김태훈 애월읍사무소

2014-04-10     영주일보

민원인을 항상 응대해야 되는 곳이 민원실이다. 출근하기 바쁘게 일찍부터 기다리는 민원을 처리해야 되는 날이 대부분이다. 직장인이 사람을 대하는 일을 수행할 때에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행하는 노동을 ‘감정노동’이라 하는데 민원실 업무도 여기에 해당하겠다. 그러다 보니 민원인과의 접촉으로 감정에 변화가 많으면서 늘 친절하고 공손해야 하므로 빠른 피로가 찾아오기도 한다.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는 특징으로 이성을 꼽지만 그런 이성에 앞서 순간순간을 사로 잡는 게 감정이다. 기쁠 때 웃고, 노여울 때 화나고, 슬플 때 우는 게 당연하다면 감정노동의 어려움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크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다 보니 민원을 응대하는 직원은 더욱 친절해야 한다. 오랜 기간 친절에 대한 진정성이 시민들에게 오롯이 전달되면 언젠가는 “공무원스럽다”는 말이 긍적적으로 들리게 될 것이고, 그 인정으로 인하여 더 친절해지는 선순환의 고리가 열차바퀴처럼 작동할 것이다.

애월읍은 제주도 12개 읍·면 중에 규모가 가장 크고, 인구가 3만에 이른다. 그래서 모든 직원들이 민원 처리에 분주히 움직이며 바쁜 하루를 보낸다. 바쁘다고 맘의 여유마저 없으면 안 되겠다. 웃음을 줄 수 있는 감정에 여유가 있다면 친절함도 배가 될 것이다. 독일의 작가였던 헤르만헤세는 현실에 살면서도 현실과 떨어져 살고, 법률을 지키면서도 그것을 초월하고, 소유하면서도 소유하지 않으며, 체념하면서도 체념하지 않는 것처럼 사는 효과적인 처세술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유머”뿐이라 하였다. 바쁜 일과와 반복되는 일상 속에 기죽지 말고 멋지게 유머를 한번 구사해 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음직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