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이정희 성산읍사무소

2014-04-04     영주일보

나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그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느꼈던 점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한 번은 저녁에 버스를 타려고 정류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집 하고도 멀지 않다고 생각돼 집까지 걸어가기로 하고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걸어보니 그 길이 생각했던 거리보다 훨씬 멀었다. 후회가 막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내 앞에서 서는 것이 아닌가! 정류소도 아니었는데... 반가운 마음에 일단 버스에 올라탔다. 기사님 말씀을 들어보니 반대편 버스 기사님이 밤 길에 내가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본 모양이었다. 그리고 내가 탄 버스 기사님에게 반대편에 사람이 지나가고 있으니 태워가라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 감동이었다. 도시가 아니라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되고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 그래서 한 동안은 그 날의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전했다. 너무 감사해서 ‘칭찬합시다’ 사이트에도 올리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는데 성함도 모르고 버스 번호도 모르고 해서 그냥 지나갔다. 이 자리를 빌어 그 기사님에게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다.

또 다른 경우는 만원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버스에 오르면서 앞 사람이 먼저 카드기에 카드를 대야하는데 내가 먼저 카드를 대고 말았다. 그 순간 기사 아저씨가 나를 노려보면서 왜 카드를 먼저 댔냐고 나에게 호통을 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5초간 정지 상태로 있었다. 카드를 잘못 댄게 무슨 큰 잘못이나 되는 것처럼. 내가 보기엔 현금으로 돌려주고 카드를 다시 대라고 하면 될 일을... 나도 이런 경우가 처음은 아닌 것을. 결국은 현금을 돌려받고 카드를 다시 찍었다.

아뭏튼 버스를 타고 있는 내내 불편했고 바로 내리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다. 내가 그 기사아저씨를 불편하게 했다면 그런 수고스러움을 더하게 했다는 것일 것이다. 나는 대중교통 버스운전기사는 공공의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인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감성노동을 많이 요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는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친절에 대한 덕목이 더욱 중요시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지역주민을 포함한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공의 서비스 종사자이며 위의 경험들을 통해 민원인의 입장에서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