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6> 악성민원 골치아픈 대전 자치구 공무원들 상황 어떻길래

2015-11-16     퍼블릭 웰
  대전의 한 자치구에서 일하는 공무원 서모(49)씨는 최근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가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한 달 전 불법주차 과태료를 받은 한 시민의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은 하루에 두번 꼴로 서씨에게 전화를 걸고 있고, 한 번의 통화시간도 30-40분에 달해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올해 공직생활 20년을 맞이한 서씨지만 매년 악성민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치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김모(28·여)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해 주민센터로 발령된 이후 악성민원으로 인해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점심을 거르는 적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정신과 진료도 고려하고 있다.
 
김씨는 "욕설은 기본이고 성차별 발언이나 심지어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며 "공무원은 시민들의 요구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친절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심적인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공무원들이 '악성민원'으로 인해 몸살을 겪고 있다. 욕설 뿐만 아니라 직접 찾아와 행패를 부리거나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을 통해 특정 공무원의 처벌을 주장하는 등 공무원들도 '갑질'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악성민원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다 대응메뉴얼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악성민원에 대처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15일 대전시청, 자치구 등에 따르면 악성민원은 하위 집행기관일 수록 더 많다는 게 지역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시청보다 구청이, 구청보다 주민센터에 악의적인 민원이 더 많다는 것이다.
 
또 교통·복지·환경 등 생활관련 부서의 경우 지역민과의 접촉이 잦은 만큼 타 부서에 비해 악성민원이 많은 편이다.
 
악성민원은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태료 부과, 수급 탈락 등 법적인 범위에서 이뤄지는 조치임에도 억지민원으로 인해 소송 제기 협박, 업무 방해 등 담당공무원과의 마찰로 이어지는 적이 많다.
 
최근에는 SNS,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인터넷을 통해 다각도로 악성민원이 이어지고 있어 민원인과의 만남조차도 어려워지고 있다. 당연히 행정력은 낭비될 수 밖에 없다는 소리다.
 
더욱이 문제는 악성민원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대응메뉴얼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악의적인 민원이 제기될 시 공무원들은 민원인과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오해를 해소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심지어 악성민원을 분류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공무원들은 무조건적인 '갑질'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지역의 구청 공무원인 유모(36)씨는 "지난해 전화를 예의 없이 받았다며 한 구민이 욕설을 한 적이 있는데 이후에도 몇 번이나 전화해 끊임없이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했다"면서 "민원인과의 마찰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차라리 감사팀에 관련 내용을 넘겨 조사를 받는게 수월하다고 느낄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아 화를 내는 것은 이해하지만 도를 넘어서는 경우엔 그로 인한 모욕감이 몇 달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대전일보 / 김대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