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웃사랑의 씨줄과 날줄
김영아 대천동주민센터 사회복지실무수습
한 마을에 ‘모두’(everybody)와 ‘누군가’(somebody), ‘아무나’(anybody) 그리고 ‘아무도’(nobody)’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회의를 했고 그 결과 ‘모두’가 그 일을 맡아 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두’는 ‘누군가’가 그 일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누군가’ 화를 냈다. 그것은 ‘모두’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모두'는 '누군가'를 책망했다.
추운 계절이 되었다. 필자가 일을 배우고 있는 동사무소에도 날이 추워지면서 사회복지업무를 맡은 담당자의 일손은 더욱 바빠졌다. 이와 더불어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의 문의전화와 발길은 눈에 띄게 많아졌다. 동사무소를 들어서는 그분들의 눈빛과 표정에서 눈앞에 닥친 추위에 대한 두려움, 홀로살이의 스산함, 삶의 무게에 지친 피곤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실제 저소득가정을 직접 방문해 보면 안타까움은 더해진다.
어려운 가정들의 방문을 열어보면 그 가난과 고독의 깊이만큼의 짙은 냉기가 쏟아져 내린다. 제법 추운 날씨에도 보일러는 고사하고 그 흔한 전기매트조차 켜지 않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화려하고 활기 넘치는 연말연시의 분위기 뒤에 가려진 가난의 그늘은 한층 깊고 외롭다. 같은 하늘아래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누군가’가 하겠지 하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저소득가정과 독거노인들의 겨울은 더욱 춥고 고통스러워질 것이 자명하다. 사람의 몸속 구석구석에 따뜻한 혈액이 돌아 체온을 유지하듯 사회에도 나눔을 실천하고 이웃을 돌아보는 손길이 활발해야 그 에너지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덥힐 수 있을 터이다.
물론 연말연시의 나눔과 기부는 연례행사와 같이 익숙하다. 여러 단체와 기업들의 다양한 후원소식이 전해지고 매해 적지 않은 금액을 무명으로 기탁하는 감동의 미담을 듣는다. 또한 자신의 재능과 사업을 통해 기부활동을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그런데 돕는 일을 그 ‘누군가’들에게만 맡길 뿐 내손을 내미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내가 가진 것이 적다고 여기거나 나눌 것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랑의 빨간 열매를 구입해서 옷깃에 달고 구세군의 자선냄비에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온라인에서 간단하게 진행되는 기부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은 결코 어렵고 벅찬 일이 아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바로 그 순간, 우리도 훈훈한 이웃사랑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가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어차피 해야할 일이라면 먼저 하자. 그러면 '누군가' 따라하게 되고, 결국에는 '모두'가 참여하게 된다. 나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보다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믿음이 확인되는 연말연시가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