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영 칼럼](28)새들의 시간표

2013-11-14     양대영 기자

새들의 시간표

-유 종 인-

하늘의 키를 재러 올라갔던 아카시나무는
이끼를 가슴에 덮고 누워있다

공중에 두엄 낼 밭이 없어
새들은
환삼덩굴과 깨진 돌비석, 죽은 개뼈들 위에 내려 앉는다

까마귀 소리는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오고
붉은머리오목눈이 재잘거림은 성긴 덤불숲을 꿰맨다
아, 허공의 주리를 튼 듯 왜자한 직박구리들,
꿩들은
어깨에 쟁기를 멘듯 허방 고래실을 내달린다
동고비는 말수가 적고
곤줄박이는 샘물 다시느라 꼬리 추임새가 자자하다

노랑턱멧새와 박새는 또 소소한 구설(口說)이고,
새소리 허공에 구첩반상을 차려도 넘치는 소리의 가짓수
똑똑히, 세보겠다
오색딱따구리는 너도밤나무 줄기에 부리를 찧는다

이 새뜻한 새소리를 누가 다 듣나
했더니 묵묵한 바위들이 습습한 이끼들이
솔수펑이 늘씬하게 굽은 나무들 빛과 바람에 섞어서
다가오는 저녁 시장기와 더불어
어둠은 제겨드랑이에 끼고 듣는다

자다가
잠결의 소리로 달리 들어도
어쩐지 물리지 않는 영원의 문턱

자연을 다 품어 살고 있다. 새들 마다의 이름과 그 새가 어떻게 사는지 생태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다. 시를 떠나 자연학습용으로도 썩 좋은 시다. 하늘을 날다가 쓰러진 아카시나무, 환삼덩굴, 깨진 돌비석, 죽은 개 뼈들 위에 새들이 내려와 앉아있다. 까마귀, 붉은머리오목눈이, 직박구리, 꿩, 동고비, 곤줄박이, 노랑턱멧새, 박새, 오색딱따구리 등이 등장한다. 화자는 이들 새들이 생태를 낱낱이 말한다. 까마귀는 높은 나무에 앉아 아래를 향해 계속 소리하고,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덤불숲에서 이리저리 헤메며 떠들어댄다. 꿩은 날기 시작하면 일직선으로 곧바로 날아가는 성향이 뚜렷한데 이 녀석들이 논밭위를 내달린다고 한다. 오색딱따구리 가 밤나무를 쪼아대며 포크레인과 같은 경쾌한 소리가 정적을 깬다. 노랑턱멧새와 박새는 구수하게 재잘거리고, 곤줄박이는 물가에 앉아 꼬리춤을 추며 물을 마셔댄다. 동고비는 이따금씩만 소리를 낸다고 한다. 까지도 지저귐으로 꽉 찬 숲속에 저녁이 되면서, 어둠이 깔리면 새소리가 다 잦아들어 조용하게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