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란음모 수괴는 일일이 지시하지 않는다.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민주당은 국면전환을 위해 장외 투쟁을 벌여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의 입장도 현격하게 줄어들며 자칫 책임론으로 옮겨 붙을 기세여서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내란음모 사건에 휘말릴 조짐을 보이는 것은 지난총선 당시 통합진보당과 야권 연대로 총선을 치러 정치적 존재도 없는 불순한 세력을 원내로 끌어들인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내란 음모라는 엄청난 사건의 핵심인 이석기 의원이나 통진당 핵심 인물들의 경우 총선 이전의 행적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세력들이였으나 야권연대를 통해 비례대표 6번까지 원내에 진출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면 민주당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통진당과 선긋기를 하는 이면에는 내란음모 관련 사건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별개로 처리하여 이 사건의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여 지지만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이번 사건은 정가의 블랙홀로 등장하며 정가의 모든 사안을 한방에 잠재우며 파장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지만 이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이나 정치권의 행보가 못마땅하다는 시각이 많다.
언론이 이 사건을 이중적인 태도로 다루는 배경에는 철저히 양분된 보수와 진보로 나뉜 언론의 환경과 행보가 국가관을 배제한 채 자신들이 처한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하여 사건의 본질을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시키고 있지 않나 하는 부분이다.
언론의 생명인 정론 직필이 무뎌지면 왜곡된 보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들 몫이 되며 진보든 보수든 국가를 무너뜨릴 위험 요소를 다룰 때는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속한 이념에 따라 이해득실을 따지는 보도가 난무하기에 하는 말이다.
또 지금까지 통합 진보당이 배출한 국회의원들이 의원 신분으로 활동하면서 국가 1급 기밀을 관련 행정부처에 요구하여 상당수 유출시킨 정황에 대해 민주당이나 새누리당 모두는 반성해야한다.
19대 총선이 개원되기 전 통진당의 허위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원내에 진출한 통진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자격시비가 일었으나 새누리, 민주 양당간의 정략적인 이해득실에 따라 우야무야 넘어가 불순한 세력들이 국가 기밀을 손쉽게 유출시킨 원인 제공자의 책임을 져야한다.
국회의 기능을 최소한의 국가관에는 맞춰놓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당간의 위험한 거래를 통해 불순한 세력들이 원내에 진입하도록 방치 했다면 이 또한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로 국회내의 자성기능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 내란음모사건의 핵심인 이석기 의원이 자청한 기자회견도 어물쩡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자신은 뼛속까지 평화주의자요, 한반도 전쟁 발발시 그냥 있을 수 없기에 대책을 논의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이석기 의원은 이사건과 관련해서 자신은 이번사건과 무관하다고 여러 차례 강변했으며 그런 일이 없다고 잡아뗐다. 국정원의 음모의 희생양이다. 이렇게 강변한 그가 비밀회의에 동참했지만 기간시설 파괴나 전쟁 발발시 북한군 지원 같은 발언은 왜곡된 것이라고 말을 바꾼다.
언론이 다루는 이번사건의 핵심에 비밀회의 내용만 가지고 이석기 의원을 구속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언론에 노출된 비밀회의 녹취록을 보면 그는 내란음모의 수괴다. 한국전쟁당시 김일성이 남침 하면서 어느 골짜기 어느 집에가서 총 몇방 쏘고 오라, 이런 지시는 하지 않는다.
반란이나 내란의 수괴는 큰 틀의 결정을 할뿐이며 내부 동조자와 하부 조직에 속한 자들이 파트별로 나눠진 임무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통상적인 빨치산 행보로 볼때 이번 핵심 인물들이 회합한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가를 전복시킬 내란 음모를 꾸미는 수괴가 일일이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범주에서 제외시키려는 언론들의 보도 태도와 정당의 책임 회피는 분명 잘못된 것이며 국가의 안위를 뒤흔들어 놓은 이번 사건이 언론사 입맛에 맞게 가공되거나 정당의 정치적 논리에 의해 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