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영 칼럼](21)저, 어린 것
2013-08-22 양대영 기자
저, 어린 것
-심 창 만-
무럭무럭 노시는 우리 어머니
여든을 넘기며 혼자서 논다
여덟 셈도 못하고 종이랑 논다
색종이를 사와도 햐얗게 논다
젖니보다 하얀 잇몸으로 논다
내일은 찰흙을 사오고
모레는 딸랑이와 공갈젖꼭지도 사오련만
치매 앓는 어머니께 물릴 큰 젖이 나는 없다
한잠 자고 가시라 돌려드릴
누추한 자궁도 나는 없다
태교도 입덧도,
더 이상 지을 죄도 없이
잘 아는 저 아이를 어찌 보내나
잉태와 모성과 헌신을
풍선처럼 놓쳐버리고
자꾸 종이와 딸랑이와 찰흙만 만지작거리는
저 어린 것을
선산 솔밭 언 땅에 어찌 보내나
모든 질병이, 그 고통으로 인해 환자의 인격을 망가뜨리게 되지만 그 중에서도 치매환자는 행동의 특이성으로 인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치매를 앓게 되면 우선 예상되는 것이 가족과의 결별이다. 1세대 중심의 가정문화가 초래할 당연한 결과이다. 연로한 부부가정에서 노인이 치매배우자를 돌본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치매환자는 요양보호시설로 옮겨져야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치매환자가 가족으로부터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보호받으려면 젊은 세대와 함께 살아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주택구조가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아진다. 지금의 아파트 문화는 2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주택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결혼한 자녀는 새로 주택을 마련해야 하고, 비용도 더 들어가게 되고, 취업이 안돼 주택 마련 비용이 없으면 결혼도 안하고…. 아파트 문화가 오늘날 사회문제의 원천이 되는 꼴이다. 이전 제주도의 주택, 마당을 사이에 둔 안팥거리 주택에선 요즘처럼 복잡한 문제가 없었다. 부모님이 불편하면 안거리 아들내외가 돌보고, 젊은 아들내외가 말다툼이라도 하면 근엄한 아버지로부터 욕께나 들으며 사람구실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