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한국일보…정상화 앞당겨 지나
한국일보가 1일 사실상 법정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향후 회생절차 개시 여부와 회사 정상화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2부(수석부장판사 이종석)는 이날 한국일보 전·현직 직원 201명이 한국일보에 대해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 재산 보전 처분을 내리고 우리은행 출신의 고낙현씨를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장재구 회장 등 경영진은 법원의 허가 없이 회사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채무를 변제할 수 없고 신문 제작 등 경영권 행사도 제한받는다.
고 법정관리인은 향후 법원에서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선언할 때까지 재무·인사 등 경영 사항을 법원과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법원은 장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신문제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광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회생절차에 앞서 재산보전 관리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재판부가 신문 제작이 한국일보의 회생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한국일보 주주들과 협력업체, 채권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법원이 개시를 허가하면 일반적인 상업채권은 큰 폭으로 감면 된다. 또 사원들의 임금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평상시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에서 최우선 변제하는 대상이 된다.
비대위는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한국일보의 재무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문제작 정상화 여부는 회생 절차 개시 시점이 돼야 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회생절차 개시는 늦어도 한 달 안에 이뤄진다.
앞서 한국일보는 지난 2007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사옥을 매각하고 제작 부문을 분사하는 등 구조조정을 거쳐 2008년 1월2일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졸업했다.
그러나 장 회장의 비리와 부실 경영 등으로 2009년부터 다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비대위에 따르면 경영 악화로 인해 수년 간 직원들의 연차·휴일근무 수당, 취재비, 출장비, 학자금 등을 지급받지 못했다. 퇴직자들은 소송을 거쳐 일부 퇴직금만 지급 받았다.
비대위 관계자는 "사측은 만성적인 자금난과 상시적인 부도 위기 속에서 임금 체불과 어음 지급 기일 연장, 국세 체납 등을 통해 근근이 파국을 모면해 왔다"며 "하지만 지난 6월 장 회장이 편집국을 폐쇄한 후 한국일보는 부도 직전에 몰리게 됐다"고 밝혔다.
장 회장이 용역을 동원해 자행한 사상 초유의 '편집국 폐쇄' 사태로 '짝퉁 한국일보' 발행이 한 달 이상 계속 되면서 광고 수주가 급감해 구독 중단이 속출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전·현직 기자 등은 수년 간 사측으로부터 받지 못한 체불 임금과 퇴직금 등 96억원의 임금 채권을 모아 채권자 자격으로 기업회생 신청을 냈다.
기업회생은 경영난으로 채무를 갚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이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기업의 부도 위기로 채권이 없어질 것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채권자들이 직접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지난달 24일부터 1주일 간 신청인과 사측의 의견을 청취한 뒤 이날 재산보전처분을 내렸다.
비대위 관계자는 "기업회생은 임금 삭감이나 구조조정 같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하는 만큼 이번 신청은 한국일보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모은 것"이라며 "법원이 임명한 보전 관리인이 회사의 빠른 회생을 위해 필수적 조건인 편집국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비대위는 지난 4월29일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장 회장은 한국일보 정상화를 위해 200억원 상당의 추가 증자를 약속한 뒤 H건설로부터 자금을 빌리면서 신축 사옥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해 2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