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영 칼럼](19)돌부처

2013-07-26     양대영 기자

돌부처

-이 경 우-

치악산 무쇠점골 오솔길 옆 검은 바위
몸통 없는 돌부처 하나
검버섯 핀 얼굴 가득 둥근 미소짓고 있다

어쩌다 제 몸통을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힐끔거리며 지나가는 등산객 향해
가발모델인형처럼 앉아 속없이 웃고만 있다

삼복더위에도
눈바람 부는 겨울날에도
고통이나 슬픔
그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마냥
그저 웃기만 하는 얼굴뿐인 돌부처

혹여, 내일아침 세상에 혁명이 일어난다 해도
여전히 웃고만 앉아있을
저, 배알도 없는

치악산 무쇠점골 옆에 등산로변에 있는 돌부처는 꾀나 오래된 듯싶다. 둥근 얼굴에는 이끼가 잔뜩 끼고 몸통도 없지만 속 없이 빙그레 웃고만 있다. 삼복더위와 눈비 오는 겨울날에도 짜증하나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처럼 그저 웃기만 한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속알없이 웃고만 있을 거란다. 특히 몸통 없는 자신의 모습을 힐끔거리며 지나가는 등산객들을 향해서도 (자기를 비웃는 줄도 모르고) 속없이 웃고만 있다고 한다.
무감각, 무표정, 묵묵부답 등 부동의 모습을 지닌 돌부처를 그렸다. 요즘처럼 무더위에 짜증하나 없이 태연할 수 있다면 정말로 부처의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닐까? ‘앞으로 며칠만 더 있으면 태양열이 식어 선선해지고, 더위도 한풀 꺾이겠지. 모든 일이 시작과 끝이 있는 법, 더위도 여름이 지나가면 끝날 것이다.’ 속인들이 덥다고 아우성친들 더위가 당장 사라질 일은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돌부처처럼 속없이 웃으며 마음만이라도 여유롭게 대응한다면 이 여름을 건강하게 넘는 방법일 것이다.
돌부처의 무뚝뚝함에서 세상의 깊은 이치를 깨달은 지혜의 광명을 보는 듯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므로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태연할 수 있는 것이다. 짐을 잔뜩 실은 수레가 조용한 법-조용함속에 깊이와 지혜가 더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