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史草 도난은 중대범죄"…檢 고발 강공 속내는?
특검 논의 땐 상당시일 소요…속전속결 수사 의도
"정쟁으로 허송세월" 불만기류 감안 '출구전략'
새누리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을 '국가적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관련자 전원을 검찰에 단독으로 고발하는 강공을 펼친데는 이 사안에 대해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지는 등 당 안팎의 여러요인들이 적극 감안된 조치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고발조치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회의록 실종의 진상파악을 위해 여야가 합의해서 엄정한 수사를 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힌 지 하루만이다.
◇국민적 피로감 감안 전격 단독 고발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가 아닌 단독 고발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대화록 실종 공방은 물론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으로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속전속결'식 검찰 수사를 통해 논란을 조기에 해소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특별검사로 구체적인 수사 방식을 제안한 가운데 특검 논의가 이뤄질 경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단독 검찰 고발을 강행한 이유로 보인다. 검찰 수사를 통해 공정성이 의심된다든지, 성과가 미흡하면 추후 특별검사를 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대미문의 '사초(史草) 도난'이라는 범죄행위에 여야가 왜 가만히 있느냐. 국민적 물음에 빨리 답해야 한다"며 "사안이 중대한 만큼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검찰 수사는 달라질 것이 없다는 판단 아래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지만 대변인 역시 "검찰 수사에 한계가 있고 미진할 때 특검이 이뤄진다"며 "더욱이 특검은 국회의결이 필요한 만큼 9월 정기국회에서 해야 하는데,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고 중대한 사건에 대한 진실을 9월까지 미루자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정치는 민생을 뒤로 하고, 정쟁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불만 기류가 확산된 것도 '출구 전략'을 서두르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가계 부채 문제 등 경제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정치 공방에만 매몰될 경우 집권 여당으로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등 친노세력 정조준
결국 새누리당은 정상회담 대화록의 은닉 또는 폐기 책임이 대화록을 생산한 노무현 정부에 있는지, 대화록을 이전 받아 관리한 이명박 정부에 있는 지를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자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의원 등 친노(親盧) 세력을 사실상 정조준했다. 고발장에서 이명박 정부 관련자들까지 고발하는 것으로 범위를 넓혔지만 노무현 정부가 대화록을 의도적으로 폐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고발장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의 은닉, 폐기, 삭제, 절취 등의 행위에 가담한 피고발인들 전원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죄로 고발한다"며 "정상회담대화록의 폐기, 은닉여부는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참여정부의 비서실장으로서 국정 전반을 책임진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관련 인사, 봉하마을 관련자, 참여정부의 기록물 담당자, 이명박정부의 국가기록원담당자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문 의원과 친노(親盧) 인사들을 겨냥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 고발에 대해 "전대미문의 역사적 사건이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파기됐다면 연산군도 생각치 못할 파기"며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먼저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 규명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한편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검찰 고발 카드'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배재정 대변인은 "민주당 전 대선후보인 문재인 의원을 욕보이기 위해 '정치 검찰'을 동원하고 싶은 것 같다"며 "진상이 파악되지 않았는데도 범죄행위로 몰고 가는 것은 이명박정권 때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