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위조수표' 전직 경찰·은행원 가담…경찰 수사력 시험대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번 사건이 최소 7개월 이전부터 계획됐고 현직 은행원이 가담할 정도로 치밀한 준비가 있었던 것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경찰 수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30일 경기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이 사건 주범인 나경술(51·공개수배)씨는 최소 지난해 12월부터 국민은행 한강로지점 김모(42) 차장, 경찰 출신 최영길(60·공개수배)씨 등 공범들과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씨는 1982~1990년 경찰 공무원으로 일하다 금품수수 사실이 확인돼 해임됐다.
나씨는 위조에 사용할 1억110만원짜리 수표 진본을 지난 1월11일 국민은행 한강로지점에서 발급받은 다음 이 수표를 100억원짜리로 위조한 뒤 최씨를 통해 12일 국민은행 수원 정자점에 제시, 전액을 인출해 달아났다.
국민은행 수원 정자점에서 2개의 계좌에 50억원씩 100억원을 분산 이체받는데 성공한 최씨는 김규범(47·공개수배)·김영남(47·공개수배)씨 등 공범들을 통해 이를 다시 수십 개의 계좌에 분산 이체한 뒤 미화 60억원, 엔화 37억원, 한화 3억원 등으로 찾아갔다.
이와 관련 경찰은 사건 발생 19일째인 이날까지 공모자 3명, 환전책 4명, 인출책 3명 등 모두 10명을 검거하고 나씨 등 4명을 공개수배했다.
경찰이 파악한 이 시나리오가 확실하다면 이 사건 수사는 주범 검거에 수사 성패가 갈린다고 볼 수 있다.
초기 계획단계부터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여지는 은행원 김씨와 금융브로커 장모(59·영장 기각)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범행 전모를 밝히려면 주범 검거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의자 10명 가운데 현재까지 장씨 5명에 대해 영장을 신청했지만 장씨의 경우 '범행에 가담한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고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3명은 '단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
은행원 김씨는 사기단에게 수표 위조에 쓰일 1억110만원짜리 수표를 건네는 등 수차례 나씨와 통화하면서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영장이 신청돼 곧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한편 2011~2012년 서울에서 발생한 금융사기사건에서도 공범만 검거됐을 뿐 주범은 검거되지 않았다.
2011년 서울서대문경찰서가 수사했던 20억원 위조수표 사기사건에서 경찰은 주범을 검거하지 못했고 지난해 8월 서울서초경찰서도 47억원 상당의 백지어음 담보 대출사기사건을 수사하면서 은행 지점장 등이 연루된 사실만 밝혔을 뿐 주범으로 지목됐던 나경술은 검거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범행수법과 경위 등은 주범인 나씨 등이 검거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단서들을 종합해 주범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