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NLL 대화록 공개' 최후의 카드 꺼낸 이유는?
"어리석은 짓이지만 어쩔수 없다"…새 누리의 '국정원선거개입' 물타기 공세 의식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도 대화록 공개만큼은 보안과 외교 문제로 난색을 표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문 의원은 대화록 공개를 제안하면서도 "누차 강조했듯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어리석은 짓이지만, 이제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됐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문 의원이 이같은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것은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정치공작 규명을 무산시키기 위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물타기 공세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NLL 문제에 대해 수세적으로 대응하면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정략적 의도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한 것.
문재인 의원이 이날 긴급성명에서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10·4 남북정상회담을 악용한 정치공작에 다시 나섰다"며 "정권 차원의 비열한 공작이자 권력의 횡포"라고 비난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그의 단호함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과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상당한 비장함도 드러냈다. 그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어리석은 짓이지만, 이제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됐다"며 "새누리당이 국정원의 선거공작에 대한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는 것을 막아야 하고, 시급한 민생법안과 을(乙) 지키기 법안의 처리가 표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 것.
문 의원 측 관계자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당리당략에 의해 정치공작으로 치고 나오면서 국정원 바로 세우기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모욕을 주는 수준이 도를 넘었다고 본 것"이라며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상황을 이렇게 몰고 온 이상에는 대화록을 공개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대화록 공개 방안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그 절차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를 것을 강조했다.
이 것은 지난 20일 새누리당이 야당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정원에 회의록 발췌본 열람을 신청하고 내용까지 공개한 데 대한 위법성과 그에 대한 책임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문 의원 측 관계자는 "법적 절차에 따라 하자는 것이다. 그 절차는 국회에서 논의돼서 만들어지는 절차라면 국정조사든지 어떤 형태든지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며 "절차나 방법은 국회에서 정하면 되는 것이고 NLL 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이든 다 열고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이와함께 대화록을 검수하고 기록으로 만든 당사자로서 이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끝까지 지고 가겠다는 판단과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이 이날 "남북관계 발전의 빛나는 금자탑인 10·4 남북정상회담 선언의 성과를 이렇게 무너뜨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그 이유를 밝힌 것.
문 의원 측 관계자도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의 회담 속에서 NLL에 대한 해법으로 노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제시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반응하지 않자 오후회담을 이끌고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NLL 문제를 풀기위한 해법이었던 것이지, 포기하겠다면 이 기록을 남겨서 다음 정부에 넘겨주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회의록 일부만 발췌해서 이런 식으로 고인이 되신 전직 대통령을 또 다시 모욕을 주는 것은 당연히 안 되지 않겠나"라며 "이런 상황이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책임이 새누리당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