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안철수, 한날한시 정책토론…신경전 격화조짐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3일 같은 시각 정책토론회를 각각 개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야권 재편 경쟁 과정에서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입성 후 첫 간담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통업계 갑을 불공정거래 관행에 관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안 의원은 무소속 송호창 의원, 참여연대와 함께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민생 난제의 생생한 현실을 당사자들로부터 직접 듣겠습니다'란 제목으로 간담회를 연다.
안 의원 측은 "각 분야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경제적 약자 분들을 모시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만들었다. 두 의원은 이를 앞으로 법률적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고 간담회 취지를 설명했다.
전국을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간담회에는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태연 공동대표를 비롯해 농심특약점대리점협의회 김진택 대표,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방경수 대표 등이 참석한다.
인 대표 등은 지난달 말 열렸던 민주당 의원워크숍에도 참석해 유통업계 갑을 관행을 소개하고 입법을 요구했던 이들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이처럼 안 의원이 등원 후 첫 간담회의 주제를 갑을 관계로 정하며 민주당의 '을을 위한 정당' 구호에 정면으로 대응하자 민주당도 즉각 반격을 가했다.
민주당 내 진보노동정치·사회민주주의 노선 의견그룹인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는 이날 오후 3시 안 의원 토론회가 열리는 바로 옆 제1세미나실에서 '민주당 재집권 전략 - 일하는 사람의 정당으로 거듭나기'란 주제로 제2회 정치아카데미를 개최키로 했다.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 대표인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 지역연대, 세대연대 전략을 포괄하는 노동연대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노동자정당이 돼서도 안 되지만 민주당이 노동 없는 민주당으로 머물러서도 안 된다"는 게 박 대변인의 지론이다.
이번 토론회는 안 의원 측의 '좌클릭' 행보에 맞대응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안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임명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안철수 신당의 성격을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으로선 진보성향 지지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안 의원 측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최 교수의 발언과 이번 토론회 개최 시점과 장소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안 의원의 외연 확대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참석해 인사말을 하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인사말에서 노동정치에 대한 의지와 고민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용진 대변인이 지난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당시 당 지도부로부터 '출마해 안 의원과 경쟁할 생각이 없느냐'는 제의를 수차례 받았던 인물이란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편 안 의원과 민주당이 개최하는 두 토론회와 비슷한 시각에 열리는 또 하나의 토론회가 눈길을 끈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지낸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민이론의 재조명:안철수 현상과 민주당의 미래'란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대선 당시 안 의원의 국정자문단으로 활동했던 한 교수가 몇 달간의 민주당 대선평가위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양측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한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민주당 내 486 정치인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중도개혁노선의 가치를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토론회 축사를 민주당의 조경태 최고위원과 안 의원 측의 최장집 교수가 맡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