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윤창중 사태' 민망하기 그지없다"

인사대상 검증 보완해 인사위원회 개편…"범정부적 성범죄대책 발표할 것"

2013-05-16     나는기자다

이남기 홍보수석 사표 수용…"저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러워"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과 관련해 인사대상의 다면적 검증 등을 보완해 인사위원회를 개편키로 했다. 또 다음달 범정부 차원의 성범죄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표 수용 의사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뉴시스 등 국내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 사태 등과 관련해 이같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윤 전 대변인과 관련해서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저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25일 하루 시한을 두고 중대조치를 예고한 데 대해 "내일 안되면 모레도 안되는 거다"라고 당시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인사위 제도적 보완키로…"'윤창중 사건', LA 떠나면서 보고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윤 전 대변인 사태와 관련해 "그런 불행하고 불미스런 일이 있고 그래서 앞으로 인사위원회도 좀 더 다면적으로 철저하게 검증을 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철저히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더 철저하게 노력하는 길, 더 시스템을 강화하는 길, 지금 있는 자료도 차곡차곡 쌓으면서 상시적으로 하는 체제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는 "국무회의에서도 얘기했지만 이것을 계기로 청와대는 물론 공직이 기강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리고 그런 계기를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홍보수석도 사의를 표명하셨고 그 부분은 제가 지난번에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밝혔듯이 이런 문제가 생기면 관련 수석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서 할 것"이라며 이 수석의 사표 수용의사와 함께 관련 조직의 개편이 있을 것임을 언급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관련자들은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대변인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이 한 번 맡으면 어떻겠냐 해서 그런대로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오고 그럴 때 참 저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럽고 그런 인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심경을 전했다.

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이번 건도 사실 그렇게 성추행에 연루가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변인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시점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제가 보고를 받은 것은 로스엔젤레스(LA)를 떠나는 날(9일, 현지시간 기준) 아침 9시 조금 넘어서 9시∼9시30분 사이"라며 "그게 시간이 언제냐 하는 것도 보도를 보니 이때 받았다 저때 받았다 하는데 정확한 것은 LA를 떠나는 날, 미국시간으로 9일 오전 9시 조금 넘어서 받았다"고 언급했다.

◇"6월 중 범정부적 성범죄대책 발표"

박 대통령은 "성범죄는 제가 대선 때부터 4대악으로 규정해 뿌리 뽑겠다고 외쳤는데 이렇게 돼서 민망하기 그지 없다"며 "6월 중에 법무부, 여성가족부, 경찰청이 힘을 합쳐 이 부분을 뿌리뽑기 위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폭행, 성범죄가 너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데 공직자까지 연루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성범죄를)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는 "피해 여성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경찰이 사법단계에서 (조사를) 하기에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며 "그래서 (미국 경찰의 조사결과를) 기다리는 것이고 여기서 누가 옳으냐 그르냐 공방을 벌이는 것보다 거기(미국)에서 냉정하고 공정하게 빨리 (조사를) 해 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미국에 수사의뢰를 했고 가능한 한 답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에 답이 오면 거기에 따라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번 국무회의에도 얘기했지만 청와대는 물론 공직 공무원 전체가 더 기강을 바로 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그래서 다시는 국민을 실망시키고 신뢰를 저버리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잡아가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대화, 내일 안되면 모레도 안되는 거였다"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하루 시한을 두고 중대조치 예고와 함께 북한에 회담을 제의한 배경에 대해서는 "내일 안되면 모레도 안되는 거다"라고 당시 결정 이유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제안과 관련해) '그 다음날까지 답해라' 이게 '아 이렇게 짧게 할 수 있느냐"는 얘기도 제가 들었다"면서 "그것만 보고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훨씬 전에 북한한테 대화 제의를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화 제의를 훨씬 전에 했는데 북한이 거부했고 계속 기업들 더 힘들게, 심지어는 식자재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니까 남아있는 우리 국민들 얼마나 고통이 심하고 불안해지겠느냐"며 "그래서 제의를 또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런데 그걸 내일 하라, 모레 하라 한다고 차이가 있겠느냐"며 "빨리 답을 하라, 그래서 그게 안되면 내일 안되면 모레도 안되는 것"이라고 당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또 "답을 안하면 다 철수시켜서 우리 국민들이라도 구해야 되겠다, 안전을 지켜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한 것"이라며 "그렇게 느닷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개성공단에 입주를 했던 기업인의 한 분이라고 생각했을 때 지금 이런 상태에서 대충대충 해서 다시 시작한다면 들어갈 마음이 있겠느냐"며 "한 달 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런 상태로 기업이 갈 수 없다. 불안해서"라고 지적했다.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 제의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인식을 빨리 바꾸고 변화해서 이런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에 남은 7명의 우리 국민이 올 때 완성품과 원자재를 우리 기업들한테 돌려줘야 하는데 북한이 못주겠다고 한다면 점점 더 북한은 코너에 몰리는 것"이라며 "북한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신사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7명의 우리 국민이 올 때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지불을 했지만 완성품과 원자재는 아직 못 받아 우리 기업들의 고통이 크다"며 "그 부분부터 먼저 얘기를 하자고 제의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고 정부 입장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순방 중 밝힌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과 관련해서는 "남북이 뭘 해보려고 해도 꽉 막혀버리고 꼬여버린 상황"이라며 "DMZ를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공원으로 만들어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데 있어 하나의 돌파구로 삼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와 관련해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돌아왔으니까 전쟁이 안나겠구나, 이런 것부터가 누구보다도 기업인이 안보와 관련해 이렇게 한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라며 "한국은 지금 북한의 협박이나 위협, 도발로 흔들릴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겨냥, "자꾸 아픈상처 들쑤셔 국민 자극, 책임있는 행동해야"

자신이 내놓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인 '서울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미국도 사실은 걱정을 하고, 일본이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하는 것(을) 미국도 조언하고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본하고야 안보 부분이나 경제협력이나 서로 협력을 해 나가야 하는, 우리 미래세대들도 교류하면서 협력해 나가야 되는 이런 중요한 나라"라고 전제했다.

이어 "(일본이) 자꾸 이렇게 아픈 상처를 들쑤셔 우리 국민들을 자극하고, 중국도 그것 때문에 마음 상하고, 그래 가지고 동북아나 아시아에 있는 나라들이 힘을 합해서 좋은 일에 단결해서 화합해 나가는데 자꾸 걸림돌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이 경제적으로 상당히 발전한 나라이면, 또 지구촌에서 경제력에 걸맞은 리더십도 발휘할 의미가 있다면 화합을 도모하고 역내의 좋은 일을 위해 힘을 합할 수 있도록 가줘야지, 자꾸 상처를 덧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인식을 하고, 책임 있는 그런 행동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바마, 의회 연설 전 조언…'있는 그대로 하라'고"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로즈가든을 걸으면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대해 조언을 들은 일화 등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께 '내가 내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 가서 연설을 하게 돼있는데 잘 할 수 있는 팁, 조언이 있으면 해 달라' 웃으면서 부탁을 드렸다"며 "그 분이 생각을 하다가 '비 내추럴(be natural),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로즈가든에서 오찬장으로 들어가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또 한 가지 중요한 팁이 있다'고 했다"며 "'연단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아무래도 불편하고 그러니까 그걸 자기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래서 '정말 프랙티컬(실용적인) 팁'이라고 (하고) 웃으면서 들어왔다"고 밝혔다.

자신의 외국어 실력에 대한 언급도 했다. 박 대통령은 "영어는 제가 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언어라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를 하셨다"면서 "그래서 제가 어머니 말씀을 순진하게 들어서 방학 때도 스페인에 공부도 하러 다니고 이렇게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게 그렇게 잘 쓰일 수가 있다고 생각을 전혀 안 했다"며, 이후 갑작스런 모친 서거 뒤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행하면서 외빈들과 만나 외국어를 다양하게 사용했음을 밝혔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