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영 칼럼](12)나있는 곳 어디나

2013-05-02     양대영 기자

나있는 곳 어디나-연잎에 바람 나고

-한기팔-

번뇌를 놓으니
나 있는 곳 어디나 내 집입니다.
내 마음 머누는 곳 어디나
정토(淨土)입니다.
연잎에 바람 나고
내 영혼을 재우듯
바람이 연잎을 어루만지는 마음입니다.
연잎에 앉은 바람의 마음입니다.
형상(形象)은 이룰 수 없는 것이기에
꽃가지의 흔들림만 남겨 놓고 가는
인연의 마음처럼
바람이 부니
연꽃대궁이 물고기 마냥 하늘거립니다.

석가탄신일이 멀지 않았다. 벌써 시내에는 석가탄신일을 알리는 간판이 등장해 이를 알려준다. 사찰에서도 불자들이 걸어놓은 연등으로 꽉 들어찰 날이 멀지 않았다. 중생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접하여 번뇌에서 벗어나는 일이야말로 부처님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워낙 어려운 것은, 행동으로 하지 않고 머리로만 알려고 하니 그런 것은 아닐까. 책상다리로 앉아 경전을 읽는 일 못지 않게 불법을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더욱 중요할 것이다. 불교가 불교로 끝나는 것은 아쉽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인간을 개혁하고 사회변화를 가져올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말로는 성직자니, 종교인이니 하면서도 실제 행동하는 것을 보면 일반 범인이 하는 것에 못 미치는 경우를 흔히 보아오고 있다. 제발 부처님 오신날, 예수님 오신날, 이날 하루만이라도 깨끗했으면 한다. 우리 대한민국에 종교인들이 무척 많은데 사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 공인으로서 높은 도덕률과 윤리의식을 지녀야 할 어른들이 평민만 못한 짓을 버젓이 저지르는 게 우리 사회다. 나쁜 짓 저지르는 사람에게 고해성사니 뭐니 하면서 면죄부를 줌으로써 계속 똑 같은 유형의 나쁜 행동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연꽃 흐드러지게 필 애월읍 하가리 연하못에서 반나절 정도만이라도 보내는 것은 어떨지. 연꽃이 던지는 또 다른 의미가 떠 오른다면 부처님 오신날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한기팔 시인의 시집 『별의 방목』중에서 뽑았다. 시인은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나서 지금도 거기 산다. 1970년대 문단에 데뷔해 제주문단의 원로이다. 시집으로 『서귀포』 『불을 지피며』 『마라도』 『풀잎소리 서러운 날』 『바람의 초상』 『말과 침묵사이』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