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엔저 대책 세워라" 수출업체 아우성…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의 대책은?
그동안 엔저 대책을 세우는데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심화되는 엔저 피해
우선 수출업체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대북리스크와 더불어 엔저 공세가 심화하면서 일본과 경쟁이 심한 품목 중심으로 엔저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제품력은 둘째치더라도 우리의 최대 강점이던 가격경쟁력에서까지 밀리면서 정부가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무역협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은천동 서울관광고등학교에서 있은 경제부총리와 경제5단체장과 만남에서 정부의 엔저정책을 질타했다.
한 회장은 "엔저 등으로 수출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한 회장은 "엔화가 15%까지 절하되고 마지노선으로 봤던 달러당 95엔선을 넘어 100엔까지 올라갔다"며 정부의 무대책을 꼬집었다.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경제단체장들은 방치되고 있는 엔저정책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중소 수출업체들의 우려는 더 심하다. 지난 28일 경기 시화공단에서 열린 중소수출업체와의 간담회에서 이날 한 중소기업 대표는 "유럽의 유명 전시회에 참석했는데 바이어들이 엔저를 이유로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청했다"며 "더 늦기전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중소수출업체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이같은 기업들의 입장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는 28일 '엔화약세에 따른 우리 수출영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2분기 한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고 엔화약세가 계속되면 중기에 대한 타격은 더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엔화 결제비중이 높은 철강(-25.0%), 기계(-23.9%), 전기전자(-19.2%), 농림수산(-12.1%)은 지난 1분기 대일본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등 전체 수출이 평균 9.6%나 줄었다.
여기에 이달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현 부총리가 인위적인 엔화 정책에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냈음에도 국제사회가 용인하는 식으로 넘어갔다는 점도 우리 정부가 엔저대책을 서두르는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놓을 카드?
가장 직접적인 엔화 대책으로는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이런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해외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줌으로서 대(對) 한국 투자가 위험상황에 치닫을 수 있고 환율조작국으로 낙인 찍혀 국제사회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을 것이 뻔해서다.
현 부총리도 지난 27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환율에 정부가 개입할 경우 시장 안정성과 신뢰성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원화의 급격한 원화절상 등 변동성을 줄이는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유출입 안정화 방안인 '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3종세트' 카드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책도 강구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들의 품질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R&D(연구개발)', '해외마케팅', '인력' 지원에 필요한 지원정책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 부총리는 "엔저로 인한 수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조만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지확보, 대출 등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확실히 풀겠다"고 말해 엔저정책을 전반적인 거시경제정책과 함께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