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국형 스티브잡스' 프로젝트 성공할까

'단기적 성과'보단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2013-03-31     나는기자다

삼성이 변하고 있다. 세계 1위의 제조업체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합쳐진 글로벌 1위의 'IT 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는 애플, 구글, IBM, MS 등 글로벌 IT 업체와의 경쟁을 통해 '창조'와 '혁신'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은 인문학과 첨단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룰 줄 아는 '통섭형 인재'를 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예술과 과학을 황금 비율로 결합시킨 위대한 융합형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통섭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를 위해 지난 13일 삼성은 인문계열 졸업자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를 개설했다.

공채를 통해 인문학 전공자를 뽑아 SCSA에서 6개월간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 후 수료하면 실전에 배치해 엔지니어 직무를 맡기는 것이 '삼성의 통섭형 인재'의 골자다.

이에 대해 삼성 내부에서도 기대가 크다. 기존 엔지니어들의 기술적인 시각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통섭형 인재들이 들어오게 되면 각 사업부에서 기존 엔지니어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당장 혁신적인 소프트웨어가 나오진 않겠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막히는 것이 있을 때 '통섭형 인재'들이 생각지 못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창조적인 조직 문화로, 21세기형 인재 육성

삼성전자는 이들 통섭형 인재들이 삼성의 창조적인 조직 문화를 통해 IT 업계를 이끌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직 내 창조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나 센터 등을 도입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올해 삼성은 창조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실험적으로 운영했던 창의개발연구소 등 소규모 신조직을 상설조직으로 제도화했다"며 "지난해 만든 '창의개발연구소'에서는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시각장애인용 자전거 등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창조역량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기 위해 창의개발연구소를 토대로 올해 '창의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사업부별로 틀을 깨는 창조적 시도를 장려하기 위해 독립된 근무공간, 자율적 근태관리, 성과에 대한 파격적 보상 등 사내 벤처 방식을 접목한 'C-Lab(Creative Lab)'을 신설했다.

이외에도 2009년에는 효율적인 근무로 업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자율 출근제를 도입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임직원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제도다.

지난해 5월에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재택·원격근무제' 실시를 위해 서울과 분당에 원격근무센터인 '스마트 워크 센터(Smart Work Center)'를 오픈하기도 했다.

◇통섭형 인재, '삼성 조직'서 탄생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삼성의 '통섭형 인재'가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 3D 영화 아바타를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업계에서도 의문이 많다.

기존에 삼성이 시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벤치마킹'과 '리버스 엔지리어닝'이기 때문이다. '벤치마킹'은 시장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대신 경쟁업체의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캐치업'해 보완하는 경영방식이다.

'리버스 엔지리어닝'은 기존에 나온 제품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공정 방식이나 제품 설계 목적까지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선진 제품이 공략하는 시장을 넘어 다른 시장까지도 공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 개척을 이뤄내는 전략이다.

과거 삼성이 일본 업체를 '리버스 엔지리어닝' 해 완벽히 흡수, TV 시장에서 1위를 했다면 지금은 애플을 '리버스 엔지리어닝' 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삼성의 전략에 따라 통섭형 인재들도 기존에 없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경쟁사가 가진 기능을 분석하고 이와 차별화된 기능만 내놓는 프로젝트만 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깊다.

소비자들이 기존 삼성에게 원했던 것은 '안정되고', '편리하고', '가격은 합리적인' 제품이었다면 이제는 애플을 뛰어넘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이고, '상상하지 못한', '세상을 바꿀만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들을 새장에 가둬두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지 못한다고 다그치면 안된다"며 "통섭형 인재를 뽑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인재들이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양성해야된다"고 말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