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서든 '3일간 투표' 가능해진다
이를 계기로 투표권 보장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첫 시험대가 될 4·24 재·보궐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새 투표 방식의 수혜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7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4·24재보선부터 유권자들은 부재자신고를 따로 하지 않아도 부재자투표를 할 수 있다.
그동안 부재자투표를 하려면 부재자신고를 마친 뒤 우편으로 투표용지를 배송받은 다음 부재자투표일 당일 그 용지를 들고 부재자투표소를 찾아가 투표를 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별도 부재자신고 없이도 전국 어느 곳에서든 본인 확인만 되면 선거일(수요일) 5일 전부터 2일간(금·토요일) 기회가 있을 때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부재자투표일 2일과 투표일 당일 중 하루를 택해 투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부재자투표일 2일 중 하루가 주말인 토요일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이 같은 새로운 부재자 투표 방식은 통합선거인명부 덕에 가능해졌다. 통합선거인명부란 선거를 앞두고 구·시·군별로 각각 작성하던 종이 선거인명부를 전산화해 하나의 명부로 통합·관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실제로 부재자투표를 하려는 유권자는 전국 각지의 투표소 중 1곳을 찾아가 통합선거인명부를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한 뒤 투표용지 발급기에서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를 하면 된다.
이 통합선거인명부는 앞으로 열리는 모든 공직선거에 활용된다. 이 때문에 국내 유권자는 내년 6월 지방선거부터 부재자투표일 2일과 투표일 당일 등 3일 중 하루를 골라 투표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3일투표 시대의 개막을 알린 통합선거인명부는 지난해 2월29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근거해 도입됐다. 시행 시기가 올해 초로 정해지는 바람에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활용되지 못했다.
통합선거인명부 도입시기가 한달만 앞당겨졌다면 대선에서도 투표일수가 3일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통합선거인명부 도입시기가 빨라졌을 경우 지난 대선 전에 야권이 '투표시간 2시간 연장'을 소리 높여 외치며 선거운동 역량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일투표 시대, 누구에게 유리할까?
3일에 걸쳐 투표하는 이 방식이 이번 4·24재보선에 임하는 후보들 중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에 다니느라 투표를 하지 못했던 젊은층 등 경제활동인구가 예전에 비해 더 많은 투표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점은 야권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표율 자체가 낮은 탓에 조직동원 선거가 위력을 발휘해온 재보선의 경우 3일투표제 시행에 따라 투표율이 올라가고 정당조직의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약화돼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이 예상된다.
야당인 민주당의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새 투표방식 도입 소식에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정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무공천 방침을 정한 민주당은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에서 열리는 재선거를 앞두고 투표율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으로부터 노원병을 양보 받은 셈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 역시 3일투표제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재보선 투표율이 낮을까봐 걱정해왔던 안 후보 측에겐 3일투표제 도입 소식은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전국 지명도에서는 타 후보들을 압도하지만 상계동과 지역 밀착도 면에서 타 후보들에 비해 떨어지는 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안철수 진심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김성식 전 의원이 전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상계동이 서울 동북쪽 아주 끝에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길다. 그래서 투표율이 낮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고심 중이었지만 투표율 상승효과가 기대되는 3일 투표제가 도입되면서 안 후보 측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새누리당은 다소 긴장하는 듯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3일투표제 시행 소식에 "투표 참여율을 높이고 번거로운 절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본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합리적인 조치라고 본다"며 환영의사를 밝혔지만 속내는 불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원병 공천을 확정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안철수 후보에 비해 오랜 기간 상계동에서 텃밭을 일궈왔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지만 3일투표제 도입으로 비교우위를 주장할 수만은 없게 됐다.
3일투표제 하에서 처음으로 선거관리업무를 맡게 된 중앙선관위 역시 조심스레 투표율 상승을 점치고 있다.
2000년 이후 치러진 12차례 국회의원 재보선의 평균 투표율을 살펴보면 최고치는 2011년 4월27일 당시 기록한 43.5%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3일투표제 도입 영향으로 21세기 재보선 들어 가장 높은 투표율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처음이다보니 이번 재보선에서 실시해보고 투표결과를 봐야 한다"면서도 투표율 상승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