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슬 (Jiseul )... 4.3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상징이 되기를 바라며

오지은 표선면 주민자치담당부서

2013-03-19     나는기자다

며칠 전 우리면 전 직원은 제주 4.3의 기억에 있어서 방관자가 될 수 없는 후손의 입장에서 동시대의 아픔을 공유하고 참의미를 함께 되새겨 보고자 영화 ‘지슬’을 관람하게 되었다.

‘지슬’영화는 흑백 영상에 순수 제주 배우가 사투리를 구사하며 당시 상황을 재현해 냈다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나 또한 내심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직원 전체가 함께하는 것을 보니 어쩔 수 없는 제주인의 후손들인 것 같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다.
제주도 방언으로 감자를 뜻하는 ‘지슬’이 어떻게 깊은 아픔과 애틋한 모성애를 동시에 그리는 상징이 되어 가는지 영화 속 곳곳에 천천히 다가오는 하얀 안개처럼, 때로는 날카로운 외침으로 다가왔다.

부모님과 어른들로부터 어렴풋이 들었던 이야기가 화면에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게 그려지기도 했다. 아마 당시 상황은 이보다 더 했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깊게 이해하려 애써도 그때에 미치지 못하고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한 어린 삶을 대신할 수 없음을 알기에 관람 내내 웃다가 울다가 치밀어 오른 분노는 절로 한숨이 되어 흘러나왔다.

영화관람을 마치고 간단히 식사를 하면서 영화에 대한 관전평을 저마다 내놓았는데 각양각색이었다.
“4.3 전체를 다루지 못했다”. “이런 영화가 우리 제주에서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제주 사투리가 사용되어 육지부에 상영될 경우 어떠한 반응이 있을까”등등, 또한 한 동료는 부모님과 친척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4.3에 대한 간접 경험담도 들려주었으며 다른 지역의 아픈 사례도 비교되기도 하였다.

내가 알고 있던 4.3, 그리고 영화, 동료이야기. 정말 그 어느 때보다 4.3에 대해 조금 더 다가서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이제 곧 65주년 4.3희생자 위령제가 4.3평화공원에서 열리게 된다.

또다시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게 되는 이날뿐 만아니라, 또한 유족들의 한으로만 남아있지 않고 항상 우리 제주도민 모두의 가슴에는 4.3의 시린 기억을 항상 잊지 않고 간직되었으면 한다.

지슬(감자)이 17세기 아일랜드인들을 굶주림에서 구해 냈고, 전쟁후의 어려운 여러 나라들을 기아에서 구해내 주었던 것처럼, 영화속 지슬(Jiseul)에게 역사 속 4.3을 삐뚤어지게 바라보는 이들이 그릇되고 오해된 시각을 벗어나게 해주고 용서와 화해의 소중한 상징으로서의 역할이 주어졌으면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진정으로 4.3의 아픔과 아픈 이들을 이해하는 노력과 함께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같이 노력하여 줄 것을 간절히 바라면서 다시 한번 원통하고 억울하였을 4.3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