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아니면 끝"…삼성-LG 경쟁 '점입가경'

LG "먼저 치고 나가겠다" 변화 꽤해…TVㆍ에어컨ㆍ디스플레이 사업서 공방 치열

2013-03-06     나는기자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위 싸움'이 심상치 않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라이벌 구도는 40년 넘게 지속됐지만 지난해 구본무 LG 회장이 "2등은 추월해봐야 2등이다"라며 '시장 선도'를 주문한 후로는 양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LG의 움직임이 남다르다. 그동안 '삼성이 먼저 치고 나가면 LG가 곧바로 따라 붙는' 식의 경쟁 구도였지만 이제는 '무조건 삼성 보다 먼저 LG가 치고 나가겠다'는 구도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업체들이 글로벌 경기가 어려워지고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계 1위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1, 2위 업체인 삼성과 애플이 전체 시장의 52%를 차지하며 독점 중이다. LG전자는 4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3%대의 한자리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시장 대응이 늦은 탓에 LG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뒤쳐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LG전자가 공격적인 투자로 한발 앞선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창출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삼성전자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 "삼성 보다 먼저 내야죠"

"우리가 경쟁사보다는 빨리 내야하지 않겠습니까."

권희원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쇼 'CES 2013'에서 '곡면형' 올레드(OLED) TV 출시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당시 권 사장은 "꿈의 화질을 제공하는 올레드 TV로 '기선 제압'하고, UHD TV로 '시장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분히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LED TV, 3D TV 등 차세대 TV 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LG전자가 OLED TV와 UHD TV를 삼성보다 먼저 출시하면서 이러한 공식은 깨졌다.

여전히 삼성전자는 글로벌 평판 TV 시장에서 점유율 27.7%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LG전자는 삼성보다 먼저 차세대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LG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 TV를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윤부근 사장이 생활가전에 집중하는 사이에 LG가 다시 치고 올라갈 것"이라며 "이미 울트라HD TV의 경우 판매량에서 (삼성과)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 1위는 '바로 나'

삼성과 LG의 에어컨 1위 싸움이 치열하다. 이는 양사가 모두 2015년 가전 세계 1위를 목표로 세우고 각각 '9000'시리즈와 'G'시리즈를 내면서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발단은 삼성전자다. 올해 스마트에어컨 Q9000을 출시하면서 '시장조사업체 GFK 오프라인 금액기준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 점유율 1위'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이에 LG전자가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발끈했다. 최상규 LG전자 한국마케팅본부장(부사장)은 "2년 전부터 GFK와 에어컨 판매자료를 교환하지 않고 있어 GFK도 정확한 정보를 잘 모른다"며 "국내 에어컨 시장 1등은 우리라고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세트뿐 아니라 부품에서도 점유율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세계 LCD(액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7년 만에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세계 IT 시장 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CD 시장에서 LG는 점유율 28%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2위를 기록한 삼성의 LCD 시장 점유율은 25.1%에 그쳤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도 8조7430억원을 기록해 삼성디스플레이의 7조7500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LCD만 놓고는 1위를 빼앗겼지만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포함한 2012년 전체 시장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여전히 1위를 기록 중"이라고 주장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매출액이 294억9800만 달러로 점유율 24.5%를 기록해 1위를, LG디스플레이는 매출액 281억2500만 달러로 23.4%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LG전자가 삼성과의 경쟁에서 법적 싸움도 불사할 정도로 적극적인 자세로 삼성과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두 그룹의 전체 규모는 차이가 나지만 기술력에서는 차이가 없는 만큼 앞으로도 더욱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고 말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