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관계설정 어떻게 될까 큰 관심

2013-02-24     나는기자다

새정부 출범이 24일로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관계설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순히 직위상으로 보면 박 대통령과 박 시장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엄연히 국가수반이고, 박 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 정치 지형도를 살펴보면 '양박(兩朴)'간 관계설정이 주는 의미는 심상치 않다.

박 대통령은 총선에서 당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 올리더니 여세를 몰아 연말 대선에서는 스스로를 '과반수 대통령'으로 만들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 지도자의 반열에 올랐다. 시쳇말로 '거칠 게 없는' 처지다.

박 시장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 이전까지 '새 정치'의 아이콘이었다. 시민사회 출신의 그는 여야 기성 정치인들을 모두 제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중앙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두 사람 공히 '성공의 도상'에 있는 인물들이다.

상대적으로 협소한 위상을 지닐 수밖에 없는 박 시장이 박 대통령에 비견될 수 있는 정치적 무게감을 갖는 것은 꼭 인구 1000만의 거대도시와 4만여명의 관료조직에 기반한 것만은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당선 이후 '억지춘향식'으로 민주당에 입당한 박 시장이 '아웃사이더'가 아닌 '중심'으로 부각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야당이 지리멸렬하고,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정치세력화가 끊임없이 견제받고 있는 상황에서 박 시장은 사실상 진보진영이 자신들의 이상을 투영시킬 수 있는 유일한 현실 정치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선 패배의 충격으로 쇼셜네트워크(SNS) 상에서 박 시장을 향해 쏟아졌던 기대섞인 넋두리가 가신 뒤에도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시장을 대안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반가울 턱이 없다. 정권을 출범을 앞두고서도 인사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이 박 시장을 중심축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모양새는 냉정하게 봤을 때 정치적 셈법에서 이로울 게 없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

대통령 선거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박 시장의 행보를 살펴보면 박 대통령에 향한 우호적 메시지가 다수 발견된다.

최근 한 주간지 인터뷰에서는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지휘를 받는 지방정부 중 하나"라며 "중앙정부의 성공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울시장 1년 해보니, 좋은 경험도 많지만 제도적 한계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순방에서는 "서울시장이 중앙정부에 드릴 선물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 시장의 이같은 모습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관계에서 비롯된다.

1995년 지방자치 시대가 개막한 이래 수십년이 흘렀지만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는 여전하다.

한해 예산만 약 23조원에 달하는 서울시도 이 완고한 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2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지만 전임 시장 시절 쌓인 부채도 버겁다. 무상보육 등 정부재원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 독자적인 정책수행이 불가능한 상황도 감안되어야 한다.

시정 성공을 위해서는 시장이 대통령에게 체면 불구하고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이다.

힘의 우월관계가 분명한데다 박 시장 특유의 유연한 처세술이 발휘되면 우호적인 관계가 설정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은 두 사람 간 관계에 대해 "얘기할 필요가 있는가, 과거부터 (대통령과 서울시장 당적이 다른 경우는)흔히 있던 일"이라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박 시장이 이념적으로 경직돼 있거나 과거사나 지역적인 문제에 얽매인 분이 아니니 잘 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갑'의 입장인 박 대통령으로서도 서울시 사정을 모른 척 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국정목표로 최우선적으로 제시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성공을 위해서는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시의 번영이 선결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미묘한 긴장감도 감지된다.

박 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중앙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사와 조직 등에 대한 권한과 재정을 나눠줘야 한다"며 "여야 보수진보라는 정치공학적 구분을 떠나, 현장의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에 힘을 실어줄 때 비로소 고른 균형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장이 연례행사처럼 하는 푸념이기도 하지만 지방자치 안착을 명분으로 중앙정부의 권한을 넘기라는 일종의 압박인 셈이다.

두 사람은 일단 여야간 정쟁에서는 한걸음 물러나 있는 처지다. 하지만 박 시장은 장관은 아니지만 서울시장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수시로 얼굴을 맞대면서 현안을 논의해야하는 사이인 것이다. 당적을 떠나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기상으로 보면 박 대통령이 이제 막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단계인 반면 박 시장은 이미 1년4개월 동안의 임기를 보내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준비해야하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독자적 예산과 정책으로 '대한민국 속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조각하느냐에 따라 박 시장은 내년 지방 선거 이후 과거 박근혜 의원이 이명박 정부에서 보여줬던 존재감에 필적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대로 박 대통령은 집권 초반 자칫 실정을 벌일 경우, 박 시장이 또 다른 자신의 아바타로 등장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최준영씨는 "두 사람의 정책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대통령 선거 때와 현재를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제민주화가 뒤로 밀렸고, 복지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참모들은 부자증세에 반대할 것이고, 친기업 성향을 드러낼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박 대통령과 박 시장은 뚜렷한 대립각을 형성할 것이고, 이 지점에서 두 사람간 관계는 재정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