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계복귀 조짐…설 이후 행보는?

2013-02-10     나는기자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정계 복귀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으면서 설 이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제18대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12월19일 홀연 미국으로 떠났다. 안철수의 행보는 요즘 정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안 전 후보가 언제 돌아올지, 돌아오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신당을 만들지, 아니면 민주통합당에 입당할지 등 그의 행보에 쏠린 관심들이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비자없이 미국으로 출국했을 경우 미국 현지에서 비자를 갱신하지 않는 한 다음달 18일 안에 귀국을 해야 한다는 점으로 미뤄 이르면 3월내에 한번쯤은 귀국해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당론이 확산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시기로 10월 재보선 이후로 예측하고 있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안 전 후보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안 전 후보의 행보에 따라 민주당의 전열이 크게 흐트러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서서히 정치활동 재개하나?

은둔하던 안 전 후보가 최근 정치활동 재개를 위한 행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설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주요 인사들과 자원봉사자, 일부 지지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는 내용의 단체 이메일을 발송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선 후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오전 발송한 이메일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만들지 못해 믿고 지지해준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사과의 뜻을 밝힌 뒤 "그 마음들을 잊지 않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인사를 드린다. 잘 지내고 계시리라고 믿는다"며 "저도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18대 대선 이후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안 전 후보가 설 명절에 맞춰 측근들에게 인사를 전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미심장하다는 분위기다. 자연스러운 계기를 통해 정치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안 전 후보의 측근들도 전격적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하면서 안철수 정치활동 재개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안철수 대선캠프 상황실장을 지낸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전 후보와의 대화 내용은 물론 대선 준비 부족, 신당 창당 가능성, 재보궐선거 대응 방침 등 민감한 사안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도 안 전 후보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안철수 정치활동 재개 가능성에 부채질을 했다.

송 의원은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달 스탠포드대학에서 안 전 후보와 함께 찰칵. 깊이 뿌리내린 나무는 언덕 위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송 의원이 '깊이 뿌리내린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적은 건 정치인으로서 이제 막 발을 내딛은 안 전 후보가 탄탄하게 내공을 쌓고 귀국하리라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안 전 후보의 캠프에 있었던 측근들은 방미 중인 안 전 후보를 만나 대신 근황을 전했다. 금태섭 변호사, 송호창 의원 등이 안 전 후보를 만나 추후 정치 구상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당 창당설이 무성하고 4월 재보궐선거 출마설까지 돌고 있는 가운데 안 전 후보가 등장하기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그의 정치적 행보가 본격화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철수 행보 시나리오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체류하고 있는 안 전 후보는 대선 평가와 향후 정치활동 구상을 거의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안 전 후보의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는 재보궐 선거가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올해는 4월과 10월 두차례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4월 재보선은 서울, 부산, 포항 등 4곳 등에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노원병)의 14일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 재상고심 대법원 선고공판 결과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10월 재보선은 안 전 후보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지역인 수도권과 호남 등 10곳에서 실시된다. 이들 지역은 비교적 탄탄한 안철수 지지세력과 함께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 비판적인 정서가 확장된 곳으로 분석되고 있다. 안 전 후보 입장에사는 자연스럽게 4월보다는 10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다.

4월 재보선이 안 전 후보의 귀국 예상 시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도 10월 재보선 출마가 힘을 받는 이유다. 귀국후 곧바로 선거를 준비하기 보다는 일단 숨고르기 시간을 보낸 뒤 10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시나리오는 안 전 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다. 안 전 후보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신당 창당의 구상을 여러차례 직·간접으로 밝힌 적이 있다. 대선 당시에는 창당에 필요한 시간과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전 후보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철수 신당'에 대해서 "어떤 형식으로든지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름 전에 안 전 후보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다"며 "안 전 후보가 계속 정치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도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란 시간표에 맞춰 '안철수 신당'이 추진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홍보전략본부장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10월 재보선에서 안 전 후보측은 분명히 후보를 내세울 것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점치면서 "안철수 신당의 출현은 민주당에게 큰 시련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안 전 후보가 당장 신당 창당작업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총선과 대선 등 전국적인 선거가 없는 올해에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새정치와 정치혁신'을 화두로 던진 안 전 후보가 우선 민주당의 당 개편작업을 먼저 지켜볼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현재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 혁신 작업에 나서고 있다.

또 어설픈 시기에 창당했다 바람을 일으키지 못할 경우 안철수 대망론이 거품처럼 사그러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신당 창당을 잠시 접어둘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안 전 후보가 신당을 창당하기보다는 정책연구소 설립을 통한 간접적 정치행보를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정책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앞서 강연 등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철수 정치행보 재개 가능성에 민주 '전전긍긍'

안 전 후보의 정치 재개 가능성이 모락모락 제기되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안 전 교수의 정계 복귀가 올 상반기 내에 이뤄진다면 민주당의 전열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선패배 책임분석과 전당대회 준비로 계파간 기싸움이 치열한 민주당 내에서는 벌써 안 전 후보의 정계 복귀를 놓고 견제하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민주당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안철수 현상과 대응방향'이란 연구보고서에서 "안 전 후보는 정치적 아웃사이더"라고 규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내 일부 중진들은 안 전 후보가 신당을 만들면 야권이 분열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안 전 후보 끌어안기에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신당 창당보다는 민주당 입당에 무게를 둔 희망섞인 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민주당의 내부 사정이나 국민의 생각을 보면 내가 안 전 후보라도 민주당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안 전 후보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민주당으로 들어와서 함께 혁신하고 일하는 것"이라며 "신당 창당은 국민에게는 야권 분열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안 전 후보가 귀국하면 나는 '도와달라 힘을 합치자'고 말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를 위해서라도 야당이 버텨줘야 권력이 부패하지 않을 것 아니냐. 여럿을 위해 제발 그 일을 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만약 새로운 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나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며 말릴 것"이라면서 "지금은 민주당이 아픔을 딛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하고 있는 데 여기서 또 분열이 생긴다고 하면 결국 둘 다 망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의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안 전 후보는 단일화협상 때 민주당에 데었기 때문에 민주당 입당이 무덤으로 들어가는 길이 될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의 민주당 입당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전 후보는 새로운 정당 모델을 가져갈 것"이라고 점쳤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안철수 현상을 낳게 한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이 신당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