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영 칼럼](6)쥐

2013-02-07     양대영 기자


-김광림-

하나님
어쩌자고 이런 것도
만드셨지요
야음을 타고
살살 파괴하고
잽싸게 약탈하고
병폐를 마구 살포하고 다니다가
이제는 기막힌 번식으로
웬 쥐가
이리 많습니까
사방에서
갉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헐뜯고
야단치는 소리가 만발해 있습니다
남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운 세상을
살고 싶도록 죽고 싶어
죽고 싶도록 살고 싶어
이러다난
나도 모르는
어느 사이에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깔을 한
쥐가 되어 가겠지요
하나님
정말입니다.
 

     
 
농업이 주업일 당시, 정말로 쥐가 많았었다. 쥐란게 야행성이어서 낮엔 가만히 있다가 밤만 되면 구멍밖으로 나와 이곳저곳, 먹이를 찾아다니며, 심지어 목재로 된 전통가옥의 마루며 방의 천장 공간에 들어가 운동장마냥 뛰어다녀서 밤잠설치기가 일쑤였다. 이런 쥐들은 값비싼 가구를 갉아버리고, 곡식을 해치고, 나쁜 질병을 옮기고 하여 인간에 피해를 주는 귀찮은 동물이다. 시인은 쥐가 이처럼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즐거워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다가는 사람도 부지불식간에 교활한 이빨과 얄미운 눈깔을 한 쥐가 되어간다고 말한다. 남을 갈구고 헐뜯고 하는 쥐같은 사람이 득실대는 사회를 생각해보라. 몸서리쳐진다. 시인은 이런 쥐들을 창조주이신 하느님이 왜 만들었는지 탓한다. 쥐가 성할 때는 곡식을 많이 해쳤다. 그래서 쥐약과 쥐덫을 놓아 구제했었다. 학교에서는 쥐잡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쥐꼬리를 갖다 바치라고 하여 선생님이 확인하기도 했었다.
인간사회가 인간답지 않는 것은 사람이 쥐를 닮아가기 때문일 게다. 해악을 끼치는 쥐가 없어져야 하듯, 쥐를 닮아가는 사람이 없어야겠다.
김광림은 1929년 함경남도 원산생으로 원산중을 졸업하고, 1947년 월남했다. 그는 처음부터 전통적 서정주의를 거부하고 현대성을 지향했는데 전쟁을 체험한 저항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제2시집 《심상(心像)의 밝은 그림자》(62)에 이르러서는 언어의 의미성(意味性)을 배제하고 이미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서정의 주지적(主知的) 형상화를 시도함으로써 주지적 서정파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