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리후보 사퇴]朴정부, 출발부터 큰 시련

2013-01-29     나는기자다

ㆍ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김용준, 지명 5일만에 결국 낙마
ㆍ'서류 검증' 소홀…이명박 정부 초기 '줄낙마 재연'우려도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과 관련 논란이 확산되자 29일 결국 자진사퇴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출발도 하기 전부터 큰 시련에 직면했다. 새 정부가 행정수반인 총리 인선에서부터 상당한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자칫 출범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총리 후보자는 이날 오후 박 당선인에게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고, 박 당선인은 이를 수용했다.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 내용을 발표했다.

김 후보자의 사퇴는 '책임총리'를 강조해온 박 당선인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줄 전망이다. 과거 정부보다 총리의 실질적 권한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었으나 첫 총리 후보자가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후임자 선택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박 당선인이 언론과 야권의 현미경 검증을 원만하게 통과할 수 있는 인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 김용준 "부덕의 소치…후보자직 사퇴"

김 후보자는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드려 국무총리 후보자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고 윤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따라 비정치인 중심의 참신성과 화합형 인사를 강조했던 박 당선인으로서는 곤혹스로울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특히 김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다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후보자가 논란에 휩싸인 가장 큰 문제는 자녀의 병역 문제와 증여세 납부 문제, 부통산 투기 의혹이다.

김 후보자의 자녀들이 친할머니로부터 부동산을 증여 받을 당시 나이는 고작 6세, 8세에 불과했다. 당시 재산세와 증여세의 납부 여부는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 후보자 본인에게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갔다. 초반에는 서울 서초동 땅과 약 46억원에 달하는 건물에 대한 의혹만 제기되더니 점차 용산 서빙고동 아파트와 종로구 아파트 투기 의혹까지 줄줄히 터져나왔다.

여기에 그동안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낙마' 원인이었던 자녀의 '병역 면제' 의혹까지 불거져 도덕성 논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김 후보자는 결국 총리 지명 5일만에 자진사퇴했다.

◇ 朴 당선인, 지명할 장관급 후보자만 20여명…'현미경 검증'될 듯

김 후보자의 사퇴를 야기한 사안들은 앞으로 지명하게 될 장관 후보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지명해야 할 장관 후보자만 17명에 이른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장관급으로 격상된 경호실장 등을 포함하면 20명이 넘은 후보자 인선이 기다리고 있다.

이 중 장관 후보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함으로, 사실상 박 당선인의 '첫 작품'인 총리 후보자 인사 실패로 인해 새 정부는 출발하기도 전에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명박 정부 초기 부적절한 장관 후보자들의 '줄낙마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태고 있다.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서류 검증만 제대로 했더라도 쉽게 걸러낼 수 있었던 것을 놓쳤다는 이유에서다.

2월25일로 예정된 대통령 취임식까지는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음달 10일 이후부터 인사청문회를 진행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실제로 남은 시간은 열흘도 되지 않는다.

보통 총리 및 장관급 후보를 검증할 때 2∼3배수를 후보군에 올려놓고 검증하는 것을 감안하면,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 당선인의 '인사 검증팀'이 최소 50여명을 검증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청와대 경호실장이나 비서실장 등은 따로 검증을 하지 않지만 언론의 잣대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많게는 70명의 후보군들이 인사 '선상'에 오르고 있어 박 당선인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박 당선인이 이같은 시련을 얼마나 조기에, 어떻게 수습하고 조각을 마무리할지 주목된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