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영 칼럼](3)태양의 교장선생님 웃고 있다
2013-01-17 양대영 기자
태양의 교장선생님 웃고 있다
-이종만-
색색의 비닐 줄 매달고
총소리가 울리는 벼논
운동회를 한다
푸른 하늘을 박차고
참새들이 먼저 날아간다
흰구름의 관중이 에워싸 있다
멍석떼의 새
하늘을 한 바퀴 돌아
허수아비 아저씨
등수를 가려줄 틈 없이
벼논으로 곤두박듯 날아 앉는다
일등도 열등도 없다
종소리 다시 땡땡 울리자
하늘을 먼저 차지하려 새들이 날아오른다
하늘에서 교장선생님 붉은 얼굴로 웃고 있다.
‘현대시학’(2006.5)에 실린 시이다. 벼를 널어 말리는 멍석을 들락거리며 낱벼를 훔치는 참새떼들의 모습을 초등학교 가을운동회를 빌어다 쓴 것 같다. 허수아비가 세워져 있고, 참새떼를 막아보려 허수아비를 중심으로 형형색색의 비닐이나 새끼줄을 벼멍석 위에 쳐 놓았다. 허수아비가 날아드는 순서에 따라 1등과 2등을 가려줄 틈도 없이 열심히 날아드는 모습이다. 농부가 빈 깡통을 치기라도 하면 하늘로 와르르 날아오르고 금새 다시 내려 앉는 참새떼들의 모습이 선하다. 역시 하늘엔 태양이 빛나고 있다. 초등학교 가을운동회가 되면 푸른 가을하늘 아래 만국기를 운동장에 붙여놓고 어린이와 학부모 동네 어르신들도 모여들어 자기손자 뛰노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 하신다. 그러나 여기에는 엄연한 질서가 있었다. 힘차게 달리고 1등과 2등, 3등을 가려 공책을 나눠줬다. 한해동안의 평가를 마을 사람들 앞에서 공정히 받았고, 이를 토대로 누구집 아들이 잘 났다는 말이 소문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