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제주1위 '박정희 향수'도 작용…해군기지 갈등 해결 '과제'

2012-12-20     나는기자다

제주도민들은 1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50.5%의 표를 몰아줬다. 박 당선인은 총 투표수 33만967표 중 16만6184표를 얻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6만1235표를 얻어 득표율 49%를 기록했다.

박 당선인의 득표율은 유신과 군사독재 이후 대통령 직접선거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1987년 12월16일 치러진 13대 대선 이후 두 번째의 과반득표로 기록된다.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2002년 12월19일 실시한 16대 대선에 당선된 노무현 후보가 있다. 노 후보는 당시 55.3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 당선인의 득표는 그러나 문재인 후보와 득표율에서 1.5%차, 투표수로는 4949표차에 불과하다. 전국 득표율 51.6%에도 못 미친다. 두 후보의 득표율에서 치열했던 제주지역 선거전을 엿볼 수 있다.

제주도는 특히 야성이 강한 지역이다. 4.3 등의 비극의 역사를 겪으면서 도민정서가 ‘야당 성향’으로 평가를 받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선거 때가 되면 야당 후보의 선전을 예측한다.

지난 4.11 총선에서 제주도 국회의원 3석 모두 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 당선됐다. 이들 세 의원은 모두 연속 3번 당선된 3선 의원이다. 지난 2010년 6월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통합당으로 출마한 도의원도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모소속으로 출마해 제주도지사로 당선된 우근민 지사 또한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된다. 우 지사는 당시 민주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했었다.

제주에서 이번 대선은 제주지역의 이런 정치적 환경에다 이명박 정부의 ‘제주 홀대론’이 겹쳐 박근혜 당선인의 득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특히 3선의 야당 의원이 3석 모두 차지하고 있는 점, 과반의 도의회 의원들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운동을 위해 진을 치고 있는 점 등이 이런 시각을 뒷받침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제주 홀대론’은 선거전 내내 새누리당을 불편하게 만든 이슈다. 도내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4.3 추념일 제정을 반대하는 등 제주에 대한 관심을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4.3과 관련, 박 당선인과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비슷했지만, 도민들은 문 후보에 더 신뢰를 두는 것 같았다. 도민들은 문 후보를 4.3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결 지어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대통령에 취임 후 4.3에 대해 국가권력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고, 2006년 4.3 추모제에 참석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7년 대선 당시 약속했던 신공항건설과 제주전지역 면세화 같은 공약도 지키지 않았다.

박 당선인의 제주 1위는 이 같은 야성인 환경, 현재의 새누리당 정부에 대한 도민정서를 뛰어 넘는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전국 흐름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여성유권자들의 선호, 50대 이상 보수적 투표계층의 적극적 투표가 제주에서 1위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당선인의 제주 1위에는 또 하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첨가된다.

50∼60대 이상의 도민들은 박 대통령을 1960년 5.16 후 제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쏟은 대통령으로 기억한다. 박 대통령은 당시 도로사정이 열악했던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한 시간에 오갈 수 있는 5.16 도로를 만들었다. 또 제주도관광종합개발계획을 입안토록 했고 이에 따라 오늘의 중문관광단지가 조성됐다.

일본으로부터 감귤나무를 들여와 오늘의 감귤농업을 탄생시켰고 제주도를 잘사는 농촌으로 만들었다. 먹는 물이 태부족 했던 제주에 어승생 수원지를 만들어 수돗물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도민중 60∼70대는 박정희 대통령을 ‘제주도민의 입장에서는 은인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같은 박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60대 이상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가게 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제주에서 두 후보의 근소한 표차는 도내에서도 ‘보수-진보 대립’ 등이 앞으로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4.3 해결, 제주해군기지 건설, 한미 FTA, 한중 FTA를 둘러싼 도내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해군기지를 놓고 박 당선인은 “정상추진을 하겠다”고 약속해 계속 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공사중단 후 재검토’를 바라는 반대 측과의 마찰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당선은 ‘제주지역 정가 구도’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 선거전에는 유례없이 전 제주도지사, 제주도정무부지사, 국장급들이 박-문 두 후보의 선거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들 대부분은 모두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제주도지사 선거 등 지방선거, 멀게는 4년 후 제20대 총선 진출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정가의 지형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