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동유세 나선 安 "내가 文 지원하는 이유는…"
오후 1시44분께 부산역에 도착한 안 전 후보는 인근 식당에서 돼지국밥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역 부근 한 호텔에서 그간 자신을 지원했던 부산내일포럼 회원들과 2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안 전 후보는 포럼 회원들을 향해 갑작스런 사퇴에 대해 사과한 후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럼 회원들과 대화를 마무리한 안 전 후보는 문 후보와 동반유세를 위해 번화가인 서면을 찾았다. 안 전 후보와 문 후보의 만남을 직접 보려는 1500여명의 시민이 4시30분께부터 롯데백화점 지하분수대 주변을 가득 메웠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 20여명이 문 후보를 겨냥해 부산저축은행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구호를 외치면서 행사장 주변은 한층 소란스러워졌다.
피해자들이 "내 돈 내놔라", "억울해 못 살겠다" 등 구호를 계속해서 외치자 현장에 모인 문 후보와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은 "조용히 해라", "(돈 내놓으라니)강도냐", "(배고프면)밥을 먹어라", "이명박한테 가라" 등 구호를 외치는 촌극이 벌어졌다.
문 후보는 "저와 안철수 후보가 함께 왔다. 우리 두 사람도 이제 하나가 됐다"며 "함께 힘을 합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고 대선 후에도 새 정치를 위해서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민 여러분, 아름다운 단일화 이제 완성된 거죠"라며 "아름다운 단일화 완성시켜 준 안 후보께 박수 한번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 전 후보는 "새 정치를 위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새 정치 실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언제 갈등이 있었냐는 듯 훈훈한 장면을 연출한 안 전 후보는 다음 유세장소인 중구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 광장을 찾았다.
6시10분께 광장에 도착한 안 전 후보는 200m 거리 광장을 30분에 걸쳐 통과했을 만큼 밀려드는 인파 속에 유세를 펼쳤다. "고향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인사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후보를 둘러싼 취재진 탓에 시야가 가려지자 일부 시민은 "안철수 보고 싶다. 그만 찍고 나와라"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얼굴 한번 보자는 요구가 빗발치자 안 전 후보는 500여명의 시민에게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사다리에 올라 두 팔을 크게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문 후보가 유세를 펼치는 인근 광복동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도 있었지만 안 전 후보는 반대편으로 진로를 틀었다.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는 "하루에 한 장면만 만들면 된다"며 지나치게 잦은 공동유세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안 전 후보는 오후 7시48분께 마지막 유세장소인 부산역 역전에 도착했다. 광장에는 1500여명의 시민이 모여 안 전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 후보 지지자 500여명은 문 후보와 민주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은 채 역 2층 대합실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늘어서 안 전 후보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광장 한가운데 둥그렇게 대열을 만든 지지자들 사이로 걸어 들어간 안 전 후보는 문 후보 지지를 호소하면서 정치개혁 의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그는 "사퇴 이후에 시일들이 흘렀고 어제 아침에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정당쇄신 그리고 정치개혁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했다"며 "그 말씀을 듣고 새 정치를 바라는 저 그리고 저의 지지자들을 위해서 문 후보를 도와주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처음 정치에 나온 것도 정치혁신, 정치쇄신, 새로운 정치 그리고 민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 때문"이라며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안 전 후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대합실까지 올라가면서까지 난간에 늘어선 시민과 악수를 나눴다.
대합실을 가로질러 승강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한 지지자는 '19대 대통령은 안철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채 끝까지 안 전 후보 곁을 떠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8시8분께 부산 시민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안 전 후보는 열차에 탑승하는 것으로 부산유세일정을 마무리했다.【부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