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섹스보다 삶…'별 것도 아닌 인생이'

2012-12-03     나는기자다

"나는 두 사람이 얘기하는 것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한국이 왠지 모를 '공포심리'를 조장해 주는 나라라는 사실은 맞는 말이다. 튀는 놈도 못 봐주고 개성이 강한 놈도 못 봐준다. 그리고 잘나가는 사람도 못 봐주고 패거리에서 섞이지 않고 홀로 가는 사람도 못 봐준다. … 한그루는 그런 점에서 나와 비슷한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강 건너 등불' 중)

한국 성문학의 대명사 격인 마광수 교수(61·연세대 국문학)가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이'를 펴냈다.

같은 제목으로 1999년 11월부터 2000년 9월까지 문화일보에 연재한 글들을 묶었다. 앞서 2005년 해냄출판사를 통해 '로라'라는 제목으로 2권짜리로 출간된 바 있다. 원래 제목을 달고 내용을 수정해 재출간했다.

여주인공 '로라'의 주변 여러 인물들이 겪는 일상을 파노라마로 엮었다. 그간 마 교수가 선보인 파격적인 성애보다 인생, 그 자체에 집중한다.

뚜렷한 메시지나 드라마틱한 줄거리는 없지만 성공, 출세, 경쟁만을 강요하는 경쟁 사회에서 비움의 미학의 강조한다. 이를 통해 미움, 원망, 꼼수, 배신, 거짓말 등은 모두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 교수는 "소설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으로 인해 생긴 피해의식과 자기검열 의식을 나는 이 작품을 통해 극복하고 싶었다"면서 "예전부터 나는 건조하고 냉소적인 문장으로 된 소설을 한번 쓰고 싶었다. 이 시대의 삶을 어느 한면에서나마 객관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형식의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544쪽, 1만3800원, 책읽는귀족【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