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문재인, 단일화의 최대 걸림돌은 '돈'?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에도 안 후보의 강연정치는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간 정치개혁안 발표 등 대선국면을 전환시키는 중요한 발언을 한 장소는 영락없이 대학교 강연장이었다.
안 후보 스스로도 대학교수 시절처럼 강단에 서서 학생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강연장이 그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하는 공간이라 그런지 강단에 섰을 때 안 후보의 모습이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워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선출마 후에도 여전히 강연정치가 이어지는 데는 안 후보의 기호(嗜好)와 별개로 재정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대규모 강당이나 체육관, 극장을 빌려 많은 이들이 참석하는 형태의 집회를 개최하려면 상당한 액수의 돈이 들기 때문에 대학강연을 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 강연의 경우 해당 대학 총학생회와 연계하면 학교 내 강당 등을 별도 비용 부담 없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 후보가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의 뮤지컬 '카르마' 상설공연장의 경우 3시간 대관료가 250만원에 부가세는 별도다. 기타 옵션까지 더하면 한번 행사에 3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카르마 공연장이 약 500석 규모의 중극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인원이 모이는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서는 3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정당에 속하지 않은 탓에 보조금도 받지 못하는 안 후보 측으로서는 이같은 비용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설가 조정래씨를 대표로 후원회를 운영하며 비용을 충당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충분치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캠프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안 후보 대변인실 페이스북에는 지지자들의 후원을 독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국민이 대통령을 만듭니다. 안철수 후보를 후원한다는 것, 낡은 질서와 결별하는 가장 분명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국민 후원금과 펀드만으로도 새로운 정치,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습니다.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되며 초과된 금액은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등 내용이 포함됐다.
재정문제는 강연장 대관뿐만 아니라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 25~26일 후보등록을 한 뒤부터 지출한 선거비용의 경우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득표율 15%를 넘을 경우 전액을 보전 받을 수 있지만 출마선언 후 단일화해 사퇴할 경우 안 후보가 개인 돈으로 갚거나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후보 역시 단일화로 사퇴하게 될 경우 안 후보와 비슷한 처지가 되지만 담쟁이펀드 모금액을 그대로 민주당에 빌려주는 방식을 취해 개인이 아닌 당이 갚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안 후보에 비해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처럼 단일화로 인한 금전적 부담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후보단일화를 하기 전까지는 안 후보가 섣불리 국민펀드를 출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펀드를 모금했다가 단일화로 사퇴하게 될 경우 계약해지와 수익금 지급 등과 관련해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안 후보의 국민펀드 출시소식은 곧 대선 완주 선언이라는 등식도 성립된다. 수백억원 규모의 국민펀드를 출시하는 것이야말로 선거일까지 완주해 승리하거나 15% 이상을 득표해 선거비용을 모두 보전 받겠다는 결심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