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2012년 12월19일을 생각하며

2012-10-27     나는기자다

     
 
12월19일. 우리나라 대통령을 뽑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무소속 등 3명의 유력 후보는 제각기 국민 통합과 복지, 고용, 개혁을 내걸고 전국을 누비고 있고 80개나 된다는 TV 채널은 정치평론가라는 인물들이 나와서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한동안 북한 전문가들이 나와서 별로 정통하지도 않은 듯한 북한 사정을 이야기하더니 요새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비슷한 얘기로 누빈다. 눈살을 찌푸리고 듣기 싫다는 말을 하는 지식인들도 많다. 또 신문에서도 지지율 조사라며 올랐다내렸다 하는 숫자를 보도한다. 세 곳 캠프를 움직이는 참모들과 대학교수들의 이름이 늘 그렇듯 언론의 입방아에 오른다.

2012년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고 중국도 지도자 교체 시기이고 일본도 총선이 예고돼 있다. 세계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고 유럽의 금융위기는 중국 경제 성장 감속으로 한국, 일본 등의 수출 전망도 어둡게 한다. 아랍의 봄에서 시작된 중동사태는 시리아에서 끝이 안보이고 아직도 격변하고 있다. 이란의 핵도 큰 문제이지만 아시아에서도 북핵 위협에 이어 독도 문제, 센카쿠 열도(다오위다오) 문제 등 불안 요소를 많이 안고 있다. 미국은 서지나해, 남지나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두 개나 보냈다. 이러한 불안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나라를 끌고 갈 지도자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두 고민할 때가 됐다. 국민이 물건을 제조해서 팔 수도 있고 문화를 창달해 국민의 정신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도 있지만 나라의 방향은 정치가 끌고 간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을 보면 자본주의 체제의 변질과 기능 불능으로 1% 대 99%의 사회격차, 금융불안, 실업자문제가 있다고 해도 아직 정당정치가 기능을 발휘하고 있고 그것보다 더 나은 제도는 아직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기대를 모았던 MB정부가 잘한 일도 많지만 기대가 컸던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는 바람에 지난해 서울시장선거 때 나타난 극도의 정치 불신과 함께 정당의 제 구실 불능으로 인해 특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당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책을 내걸고 국민의 신임을 얻으면 국정을 책임지고 야당과도 협조해 나가는 것인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오늘 선거만 생각하는 정치꾼이 날뛰고 다음 세대까지 생각하는 정치가는 드물고 믿거나 말거나 '네거티브(Negative)'라는 남 헐뜯기, 없어진 연좌제를 연상케 할 정도의 과거사 들추기와 실행성 없이 보이는 포퓰리즘이 국민의 눈을 현혹시킨다. 근간에는 세 사람 모두 '마음에 안든다', '믿음직하지 않다',' 걱정이다' 등 서로 헐뜯는 것만 한다. 또 정책이 비슷하다. 정책이 안 보인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민대통합을 내걸면서 제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든지, 제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 들어오면 그만두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 것도 역겹다. 힘을 합해도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누가 누구를 향해 돌을 던질수 있는가? 무너진 윤리, 도덕, 법치가 재정립되는 것이 우선이다.

대통령 선거는 완전한 성인군자를 뽑는 것은 아니고 출마한 후보 중에서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 지도자를 뽑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평가의 기준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국가관, 기본정책, 지도자의 자질 등 세 가지를 놓고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뽑고 기대를 해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고용, 육아보육, 대학의 반값 등록금, 경제성장, 경제민주화, 부패척결, 국민과의 소통, 남북공존, 북핵문제, 한미외교, 안보 등 모든 문제에 3대 진영이 비슷한 아이디어를 내는데 감동까지는 안가더라도 정책과 재원이 뒷받침돼 실현될 수 있는 실천 가능성에 대해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래 야당은 정치 불신을 지워버리면서 인재를 키우고 집권했을 때 실천해야 할 정책을 수립하고 준비하는 것인데 과연 그런 믿음을 주는지? 4·11 총선에서 보여준 모습과 대선 후보 선출과정에서 야기된 모바일 투표방식은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을 뿐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정당 역할의 부족함을 지적한다. 쏟아내는 정책도 남의 뒷북을 치고 실행을 의심케 하는 것이 많고 포퓰리즘으로 표만 의식한 듯 한 것이 많다. 또 참여정부 시절에 추진한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과 한미 FTA를 부인하는 것은 야당 후보에 대한 불신만 가져왔다. 문재인 후보의 평화구상에서 핵문제 해결없이 북을 포용한다는 것이 지금의 국제 정세 속에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 국민이 원하는 민생 정책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풀이 선심성 주장과 정책이 많은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친노만 가지고는 국민통합이란 구호가 무색한 허구라는 말이 나온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아무리 여론조사가 올랐다내렸다 해도 그 뿌리는 DJ나 YS처럼 단단한 것 같고,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가장 우세한 위치에 있다. 또 오늘날의 자리는 아버지의 유산도 있겠지만 2004년 총선 때 풍전등화 같던 한나라당을 천막당사에서 소생시켰고 4·11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으로 당명까지 바꾸면서 예상을 뒤엎고 제1당이 된 것, 즉 자기가 '쟁취한(Earn)' 위치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이 원하는 변화와 국민대통합을 내걸고 민생문제 챙기기를 위해 육아보육, 대학 반값 등록금, 임대주택 공급, 고용 창출, 안보 강화, 남북공동선언 이행 등 계속 정책을 내놓는다. 아무도 생각 안할 때 복지정책도 가장 먼저 내놓았다. 역사인식 문제로 공격을 받았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역사인식을 밝힌 것은 아무리 속 다른 이야기라고 비판을 받더라도 잘한 것 같다. 사실 모든 역사적 사실은 사실이고, 후에 역사가 평가하는 것이 교과서이지만 일단 국민은 지도자의 국가관, 시대인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그 진심은 믿고 싶다. 박근혜 후보의 원칙과 신뢰성은 안정감을 준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마가렛 대처전 영국 총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은 인물이 나올까? 세계가 주목한다.

지금 한참 다운계약이니 석사, 박사 논문표절이니 하며 검증에 시달리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정치에 염증을 내고 있는 국민의 변화 욕구를 대변하며 고심 끝에 후보가 됐다. 여론조사는 높은 숫자를 보이지만 조직과 경륜,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 분전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앞으로 그가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 총론에서 각론이 나오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경륜과 능력, 용기가 뒷받침되기를 바란다. 북한과의 무조건 대화나 재벌계열 분리명령제 등은 타 후보와 구분된다. 병역의무를 마치고는 낭비였다고 발언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국가관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앞으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가 과연 될지 어떤 형태로 되는지 또는 끝가지 완주할 것인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다음 대통령은 정당을 뛰어넘는 강력한 대통령이 요구된다. 국민을 통합하고 악화된 경제, 안보 상황에 직면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도 후보들의 포퓰리즘에서 오는 아름다운 말에 속지 말고 후보의 국가관, 경륜,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고 믿을 수 있는 품성과 자질을 보고 그중에서 제일 낫다고 생각되는 후보를 뽑고, 희망과 꿈을 갖고 살기 좋은 나라를 위해 달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