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황선홍 감독 "첫 우승, 정신 못 차리게 좋다"
지휘봉을 잡은 뒤 첫 우승을 차지한 황선홍(44) 포항스틸러스 감독이 정상 등극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황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20일 오후 2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경남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14분 터진 박성호의 극적인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07년 부산아이파크의 감독을 시작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황 감독은 그동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부산 감독이었던 2009년과 2010년 팀을 컵대회와 FA컵 결승으로 이끌었지만 최후의 승자가 돼 본 경험은 없다.
절치부심한 황 감독은 포항의 수장이 된지 1년 만에 다시 FA컵 결승전 무대에 올랐다. 한국인은 삼세번이라고 했던가. 황 감독은 3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첫 우승을 차지한 황 감독의 소감은 '간단명료'했다. 그는 "지금 정신 못 차리게 좋다"며 "시상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 그래서 옆에 있던 코치가 '웃으세요', '이걸 드세요', '이리로 가세요'라며 하나하나 도와줬다"고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이어 "성원을 보내준 포항 시민 여러분과 서포터들 그리고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을 확정지은 황 감독은 선수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평소 냉정함을 잃지 않는 황 감독도 이 순간만큼은 감격의 눈물 숨기지 않았다.
황 감독은 "벤치에서 선수들을 보고 있는데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뛰더라"며 그래서 경기가 끝나고 감동이 몰려오지 않았나 싶다"고 더 없이 행복했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모든 일에는 처음 시작이 어려운 법, 황 감독 역시 지도자로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는 이어 "첫 우승이 힘들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거 아니면 안 된다. 다른 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오늘 경기에 임했다"며 "그런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3수 감독'으로서의 남달랐던 소회를 전했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박성호(30)에 대해서는 "경기 도중에는 못 느끼지만 성호의 플레이를 나중에 비디오로 보면 팀을 위해 굉장히 헌신하는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성호로 인해 다른 선수에게도 찬스가 많이 나고 있고 본인 스스로도 그런 역할을 하며 더 발전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기대해보겠다"고 칭잔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우승 문턱에서 무너진 최진한(51) 경남 감독은 "후반전 시간이 갈수록 우리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으로 갔는데 찬스가 났을 때 득점을 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며 "포항이라는 큰 팀에게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싸워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성원을 보내주신 포항 시민 여러분과 서포터들에게 감사하다. 이렇게 영광된 자리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해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도 고맙다."
-우승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첫 우승이 힘들 거라 생각했었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 다른 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 그런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본다. 벤치에서 정말 너무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뛰어주는 우리 선수들을 보며 고마웠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고 (눈물이 날 만큼)감동이 오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가 불리한 상황으로 흘렀다. 연장전에 돌입하고 결승골 넣을 때까지 어떤 전술 운용했나.
"후반 들어 미들진에서의 연결 등을 보며 우리가 너무 급하게 플레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연장 들어가고 나서는 PK까지 간다고 생각했고 서두르지 않았다. 나는 경남의 PK순번을 잘 모르고 있었지만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더해주기 위해 내 수첩 안에 순번이 다 있다고 얘기했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기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3수 끝에 우승했다. 기분은.
"사실 나도 경기 중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사람이다 보니 조금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냉정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나는 부족한 점이 여전히 많다고 생각. 이 우승으로 인생의 새로운 한 걸음을 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걸음 더 떼고 좋은 축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성호 때문에 시즌 초반 맘고생 많았는데 이제는 어떤가
"경기 중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성호의 플레이를 나중에 비디오로 보면 굉장히 헌신적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로 인해 다른 선수에게도 찬스가 나고 있다.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그런 역할을 해야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앞으로 기대해보겠다."
-지도자로서의 철학은.
"오늘도 경기에서 봤겠지만 마음이 앞서거나 억지로 한다고 해서 (우승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상대를 어렵게 만드는 팀이 돼야한다. 부임 때 말했듯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 클럽 월드컵에 나가고 싶다. 거기서 우승을 하겠다는 것이 하나의 목표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세대교체도 필요하고 하나씩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다. 앞으로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 많다."
-감독 초창기와 뭐가 달라졌나.
"이제는 기다릴 줄 아는 것 같다. 경기 중이나 시즌을 치르면서도 마찬가지다. 부산 감독 시절에는 전력적이었다기 보다는 패기로 맞섰다. 우리 것을 없애고 상대에 맞췄었다. 오늘은 선수들에게 부담 안 주고 우리 것을 하게끔 했다. 분위기 안 좋은 상황에서도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끝까지 기다렸다. 조금 더 노련해진 것 같다."
-시즌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이제는 리그에서도 좋다. 터닝포인트는.
"사실 전반기 포항은 거의 아사직전이었다. 돌파구가 필요했고 여러 고민이 많았던 시즌이었다. 중간에 포메이션을 제로톱으로 바꾼 것이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그 전술에 대해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지금 얼마나 좋나.
"정신 못 차리게 좋다. 시상식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코치한테 코치를 많이 받았다. 웃으세요, 뭘 드세요, 이리로 가세요 등 다 알려줬다. 나 황선홍을 사랑해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승 후 공약 지켰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시상대에 올라가라고 했는데 타이밍을 못 잡아서 그냥 정장입고 갔다. 선수 때는 시상대에 뛰어서 올라갔는데 이제는 그게 안 되더라 . 간신히 올라갔다. 다음에 우승하면 더 멋진 세레모니 하겠다."
-향후 시즌 계획은.
"구체적으로 말하긴 애매하다. 분명한 것은 내년 챔스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팀 정비와 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잘 준비해서 우리가 목표했던 것을 이룰 것이다. 지금 머릿속에는 내년에 대한 계획들이 들어있다. 【포항=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