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K 왼손 특급 듀오-SK산 롯데 불펜 '자존심 대결'
하지만 이제 적으로 만난다.
SK 와이번스 좌완 특급 불펜 박희수(29), 정우람(27)과 'SK산' 롯데 자이언츠 불펜 정대현(34), 이승호(31) 이야기다.
지난해 가을잔치에서 SK의 탄탄한 '벌떼 마운드'를 이뤘던 이들은 정대현, 이승호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둥지를 옮기면서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적으로 만나게 됐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양 팀의 불펜 대결이 다소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그런만큼 박희수-정우람과 정대현-이승호의 자존심 대결도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SK 불펜은 박희수, 정우람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박희수는 올해 SK 불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올 시즌 65경기에 등판해 82이닝을 소화한 박희수는 8승 1패 6세이브 34홀드 평균자책점 1.32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2006년 권오준(삼성 라이온즈)이 세운 한 시즌 최다 홀드(32홀드) 기록도 갈아치웠다.
지난해까지 '허리' 역할을 했던 정우람은 올해는 마무리로 변신, 53경기에서 49이닝을 던지며 2승 4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했다.
전문적으로 마무리를 맡아 뛴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SK 뒷문을 철저히 단속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까지 SK 불펜의 한 축이었던 정대현, 이승호는 롯데 이적 후 첫 해였던 올 시즌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롯데와 4년간 총 36억원에 계약을 맺은 정대현은 지난 2월 왼 무릎 수술을 받아 8월초에 1군에 합류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24경기에서 28⅓이닝을 던지는데 그친 정대현은 2승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했다.
4년간 총 24억원에 도장을 찍고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승호는 올 시즌 41경기에서 48⅔이닝을 소화했고, 2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70으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들은 진가를 발휘했다.
이승호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사도스키가 ⅔이닝만을 던지고 오른팔 통증을 호소해 급히 마운드에 올랐으나 3⅔이닝을 4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팀은 2-7로 패배했지만 빛나는 활약이었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 등판해 4이닝을 던진 정대현은 상대 타선에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3-3으로 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봉쇄, 롯데의 3-4 승리에 발판을 놨다.
박희수, 정우람과 정대현, 이승호의 경험 면에서는 국제대회까지 여러차례 경험한 정대현이 있는 롯데가 다소 우위다. 하지만 박희수, 정우람의 경험도 만만치는 않다.
심리적으로는 정대현, 이승호가 박희수, 정우람에 비해 더욱 편할 수 있다. 정대현, 이승호를 포함해 김성배, 김사율, 강영식, 최대성 등 두터운 불펜진이 버티고 있다.
올 시즌 상대팀과의 경기 등판 성적을 보면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린다. 박희수, 정우람은 롯데에 강한 모습이었지만 정대현, 이승호는 친정팀에게 약했다.
올해 롯데전 10경기에 등판한 박희수는 올 시즌 거둔 8승 가운데 6승을 롯데전에서 따냈다. 1세이브, 2홀드를 곁들였고 평균자책점은 1.38이었다. 정우람은 롯데전 5경기에서 4세이브를 챙겼고, 3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SK전 5경기에 등판해 4⅓이닝을 던진 정대현은 1승을 챙겼으나 평균자책점이 4.15로 높았다. SK를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 4⅔이닝을 던진 이승호는 승리없이 2패를 떠안았고 평균자책점이 13.50에 달했다.
SK '좌완 특급 듀오'와 롯데의 'SK산' 불펜 '자존심 대결'의 승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부산=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