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우리도 닥공이다'…득점 1위 대전, 그들이 달라졌다!

2012-10-10     나는기자다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이 달라졌다. 시즌 초반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팀'이 이제는 '패배와 거리가 먼 팀'이 됐다. 이 정도면 가히 '환골탈태(換骨奪胎)'라고 칭할 만하다.

지난달 15일 스플릿라운드(31~44라운드)가 시작된 이후 한 달 가량이 흘렀다. 각 팀별로 5라운드씩을 치른 10일 현재 K리그의 판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특히 대전의 상승세가 눈부시다.

상반기(1~30라운드)를 13위로 마친 대전은 7승7무16패(승점 28)의 기록으로 그룹B(9~16위)에 속했다.

최하위 강원FC(당시 7승4무19패·승점 25)와는 승점이 3점차 밖에 나지 않았다. 그룹B 편성이 아쉬운 입장이 아니었다. 오히려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하반기 리그를 앞두고 주어진 3주 동안 대전은 목포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1부 리그 잔류를 위한 '지옥훈련'이었다. 생존이 달려있었다.

인내는 썼지만 열매는 달았다.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 대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대전은 스플릿라운드가 시작된 이후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전남드래곤즈(8승11무16패·승점 35)를 제치고 리그 12위(10승9무16패·승점 39)까지 올랐다.

6연패와 함께 시작을 알렸던 리그 상반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경기 내용은 더 좋다. 대전은 스플릿라운드 5경기에서 10골을 몰아넣으며 이 기간 중 전체 16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닥공 대전'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을 득점력이다.

9골로 뒤를 잇고 있는 포항스틸러스(6실점) 뿐만 아니라 '원조 닥공' 전북현대(8골7실점)와 리그 선두 FC서울(8골4실점) 보다 많은 득점이다.

골득실로 따져 봐도 대전은 인천유나이티드(7골3실점), 서울(이상 골득실 +4)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대전은 시즌 초반 크게 흔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감을 찾아갔다. 결과로만 따지면 '불합격'이었지만 내용면에서는 꾸준한 발전이 있었다. 예고됐던 반전인 셈이다.

유상철(41) 대전 감독 역시 후반기 들어 팀이 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시간'을 꼽았다. 선수들이 리그에 적응할 수 있는 과도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유 감독은 "지난해 7월에 대전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당시에는 여러 가지 문제로 팀이 어수선한 상황이어서 제대로 이끌기 힘들었다"며 "사실상 올 시즌을 앞두고 떠난 전지훈련 때부터가 진짜였다고 생각한다. 기간으로 따지면 10개월 정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구단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선수들을 구성했고 리그 초반 6연패를 당하면서도 사실 개막전 패배 빼고는 모두 경기 내용은 괜찮았다고 생각했다"며 "득점 찬스에서 아쉬운 모습은 있었으나 팀은 꾸준히 좋아지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30라운드 이상을 치른 현재 팀의 전술이나 조직력 등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시즌 초반에는 선제골을 먹으면 거의 뒤집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경기를 지키거나 따라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며 "뒤지거나 쫓기는 상황에서도 경기력이 안 떨어지고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내다보니 이제는 선수들도 힘을 받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대전의 변신은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온 모든 선수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0골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케빈(5골), 김병석(2골), 지경득, 테하, 한경인(이상 1골) 등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 활약의 정점에는 케빈이 있다.

지난 7일 강원과의 35라운드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케빈은 최근 5경기에서만 5골2도움을 기록하며 대전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야말로 기량에 물이 올랐다.

유 감독도 케빈의 활약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케빈이 한국에 적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기에 그 기쁨은 더 했다.

유 감독은 "케빈이 K리그를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에 바로 투입되다 보니 시즌 초반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우리가 6연패하는 동안 케빈은 골이 없었다. 그때 부담감을 느끼며 힘들어 했다"고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던 케빈의 초창기를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또 "케빈에게도 한국 무대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용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적 후 많은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워낙 긍정적이고 활발한 성격이어서 선수들과 금방 친해졌고 팀에도 이내 적응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극복해내고 본인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기쁘다"고 마음을 전했다.

현재의 흐름으로 봤을 때 대전은 이번 시즌 강등권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룹B 선두까지 노릴 수 있는 입장이 됐다.

대전과 그룹B 선두권인 인천, 대구FC, 성남일화와의 승점차는 각각 12점, 8점, 5점이다. 앞으로 9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만큼 충분히 막판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유 감독은 "다가올 2주간의 휴식기 동안 전체적인 전술 완성도와 수비력을 향상시킨 뒤 그룹B 선두권을 노려볼 것"이라며 "목표는 리그 9등이다. 인천의 흐름이 너무 좋아서 쉽지는 않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전은 더 이상 약팀이 아니다. 그룹B 뿐만 아니라 그룹A에 속한 팀들과 겨룬다 하더라도 충분히 무패 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한때 '꼴찌'였던 대전의 반란이 리그 막판 축구팬들을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