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300홈런' 박재홍 "300도루 불가능하다 생각지 않아"

2012-10-04     나는기자다

역대 7번째로 300홈런 고지를 밟은 SK 와이번스 베테랑 외야수 박재홍(39)이 "300도루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박재홍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7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2회초 첫 타석에서 좌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2회 1사 1루 상황 때 타석에 들어선 박재홍은 상대 선발 벤자민 주키치의 5구째 슬라이더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 아치를 그려냈다.

시즌 5호 홈런을 날린 박재홍은 역대 7번째로 300홈런 고지를 밟게 됐다. 39세 26일에 개인통산 300번째 홈런을 날린 박재홍은 2010년 4월30일 박경완(SK)이 세운 최고령 300홈런 달성 기록(37세9개월19일)을 갈아치웠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지만 박재홍은 4월말 1군에 합류, 나쁘지 않은 타격 페이스를 자랑했다. 4월에 나선 3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쏘아올렸고, 5월 한 달간 대포 3방을 때려냈다. 그러나 박재홍은 지난 5월31일 넥센전에서 개인통산 299호 홈런을 때려낸 뒤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 머물렀다.

9월 복귀한 박재홍은 주로 대타로 나섰으나 좀처럼 300홈런 고지를 밟지 못한 채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렸다.

박재홍은 125일만에 '손 맛'을 보면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박재홍은 그 해 4월16일 대전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으며 1999년 6월13일 잠실 두산전에서 당시로는 최소 경기인 400경기 만에 100홈런을 달성했다.

박재홍은 KIA 타이거즈 소속이었던 2004년 5월11일 광주 현대전에서 200홈런 고지를 점령했다.

박재홍은 한국프로야구 '호타준족'의 대명사다.

데뷔 첫 해 홈런 30개를 치고 도루 36개를 기록해 30홈런-30도루를 작성하며 '괴물 루키'의 면모를 자랑했다. 박재홍은 1998년(30홈런-43도루)과 2000년(32홈런-30도루)에도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세 차례나 30홈런-30도루를 작성한 것은 박재홍이 유일하다. 이종범(1997년), 홍현우, 이병규, 데이비스(이상 1999년)도 30홈런-30도루를 해냈지만 한 번밖에 하지 못했다.

통산 267도루를 기록 중인 박재홍은 33도루를 추가하면 사상 최초로 '300홈런-300도루' 고지를 밟게 된다.

박재홍은 "시즌 초반 타격감이 나쁘지 않아 쉽게 300홈런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가 3개월만에 올라와서는 팀이 2위 싸움을 하고 있어서 대부분 대타로 나섰다. 그러다보니 홈런이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2위 싸움을 하는 도중에도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내비친 박재홍은 "9월 복귀한 이후 대타로 나서면서 감 잡기가 힘들어 올 시즌 마지막 경기나 내년까지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빨리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타구가 날아갈 때 넘어가는 궤도였는데 잠실구장이라 긴가민가했다"며 "홈런을 치고 나서는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또 잠실구장이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박재홍은 "30홈런-30도루를 세 번했는데 그 중 두 번을 잠실구장에서 작성했다. 그런데 300홈런도 잠실구장에서 하게됐다"며 웃었다.

박재홍은 그동안 세운 수많은 기록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기록으로 "30홈런-30도루를 세 번이나 한 것"을 꼽았다. 그는 "30홈런-30도루를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이나 한 것에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다. 내 나름의 프라이드"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도루가 하나도 없지만 박재홍은 사상 최초 '300홈런-300도루'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의욕을 보였다.

박재홍은 "올 시즌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도루가 없어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팀이 2위를 했으니 됐다"며 "하지만 도루 33개를 더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올해 못했지만 정신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기 앞에 거대한 산이 자신을 막는 것이 아니라 신발 안에 모래알이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 거대한 벽이 있는 것이 아니니 가능하다고 본다"며 "방법은 아니까 몸의 내공을 쌓아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