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의 FC서울 '승승장구' 계속 될까?

2012-09-29     나는기자다

프로축구 FC서울이 5게임 연속 '승리의 찬가'를 불렀다. 브레이크 풀린 폭주 기관차처럼 거침이 없다. 리그 순위표 맨 꼭대기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독수리' 최용수(39)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은 지난 26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위 전북현대(20승8무5패·승점 68)와의 간격도 5점 차를 유지했다.

우승후보다운 경기였다. 특히 최용수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최 감독은 후반 23분 승부수를 띄웠다. 지친 에스쿠데로 대신 최태욱을 투입한 것. 최근 3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최태욱의 활약에 기대하고 투입했는데 적중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4월 황보관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자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이어 받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맡아 난국을 빠르게 수습해 올 시즌 직전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에 취임했다. 팀을 정상 궤도에 올려 놓은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감독 타이틀을 걸고 맞은 첫 시즌. 최 감독은 초보감독답지 않은 모습으로 팀을 진두지휘했다. 대부분의 팀들이 삐끗할 때도 굴곡없이 꾸준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 내건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를 마음껏 구사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 감독이 힘을 받을 수 있는 배경에는 데얀과 몰리나의 '데몰리션 콤비'가 있다.

자칫 울산전에서 연승행진에 제동이 걸릴 뻔 했지만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이 위기에서 구해냈다.

1-1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45분 최태욱의 패스를 받은 데얀은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공격 본능을 뽐냈다. 시즌 25호골로 여전히 득점선두다. 지난해 득점왕(24골)에 이어 2년 연속 득점왕도 유력해 보인다.

올 시즌 11경기가 남아있어 경기당 평균 0.78골을 터뜨리고 있는 골 감각을 유지한다면 김도훈이 세운 한 시즌 최다골(28골·2003년) 경신도 가뿐해 보인다.

데얀과 함께 '데몰리션 콤비'를 이루고 있는 몰리나의 활약이 없었다면 현재 위치의 서울은 힘들었을지 모른다.

몰리나는 득점 2위(17골), 도움 1위(15개)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이동국(전북현대)이 세운 한 시즌 최다도움(15개)과 타이를 이뤘고 1개만 추가하면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몰리나는 직접 골을 만드는 기술은 물론이고,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능력도 최고 경지에 올랐다. 골의 메커니즘을 완벽히 아는 선수다.

'데몰리션 콤비'는 올 시즌 기록한 서울의 61골 중 42골을 합작했다. 서울 득점의 69%를 이 콤비가 책임졌다.

서울이 자랑하는 것은 데몰리션 콤비 만이 아니다. 막강 더블 스쿼드를 자랑한다. 벤치에 앉아있는 정조국과 최태욱, 현영민, 박희도 등도 다른 팀에서는 즉시 전력으로 뛸 수 있는 이들이다.

여기에 최효진과 김치우, 이종민이 제대하며 팀 전력이 더 탄탄해졌다. 모두가 국가대표급 실력을 자랑하고 있어 최 감독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최태욱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믿을 맨'으로서 최 감독의 가시권 안에 자주 들고 있다. 최태욱은 16일 부산전을 시작으로 26일 울산전까지 3게임 연속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서울의 5연승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최 감독이지만 아킬레스 건이 있다. 유독 라이벌 수원 경기에서는 맥을 못췄다. 올 시즌 두 번 마주해 모두 졌다.

지난 4월1일 원정경기에서 0-2로 무릎을 꿇었다. 8월18일에는 수원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사력을 다했으나 같은 스코어로 지고 말았다. 스플릿 시스템 적용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 감독이 한껏 몸을 사린 이유다.

최 감독은 "이제 진짜 승부 14경기가 남아 있다. 자만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자만은 버리고 자신감으로 무장하겠다.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임하겠다"고 임전무퇴를 말했다.

그같은 최 감독이 최대 위기를 앞두고 있다. 다음달 3일 수원과 시즌 3번째 슈퍼매치를 치른다. 더구나 부담스러운 원정경기다.

'블루 징크스'를 갖고 있는 최 감독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다. 이기면 커다란 자신감이, 패하면 지긋한 징크스가 남는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이 다시 한 번 시험대 위에 섰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