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강남스타일' 2위…한국가수들 빌보드 도전사
2주 전 64위로 '핫100'에 진입하면서 2009년 그룹 '원더걸스'가 '노바디' 영어버전으로 76위에 랭크된 기록을 깬 '강남스타일'은 지난주 11위에서 9계단 뛰어올랐다.
1977년 필리핀 가수 프레디 아길라르(59)의 '아나크'가 5위에 오른 지 35년 만에 '핫100' 5위권에 들었다. 이에 따라 빌보드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빌보드는 미국의 음악잡지 '빌보드'가 발표하는 대중음악 인기순위다. 1894년 미국 뉴욕에서 창간한 '빌보드'는 1950년대 중반부터 대중음악의 인기순위를 집계, 발표했다.
순위는 앨범의 판매량과 방송횟수 등을 종합한 것이다. 공신력을 인정받아 이후 미국 뿐 아니라 각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알려주는 지표로 통한다. 2003년 7월부터는 인터넷 다운로드 판매분도 집계했다.
대중음악의 각 장르를 세분해 매주 30여종의 차트를 발표한다. 이 중 '강남스타일'이 2위에 오른 싱글 차트와 앨범 차트가 메인차트다.
싱글 차트에는 모든 싱글 앨범을 대상으로 하는 '핫100'과 모던 록 싱글 앨범만을 대상으로 하는 '모던 록 트랙스' 등이 있다. 보통 싱글차트라고 하면 '핫100'을 가리킨다.
앨범 차트는 순수하게 앨범의 판매량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모든 앨범을 대상으로 하는 '빌보드 200', 힙합과 R&B 계통의 앨범만을 대상으로 하는 '톱 R&B/힙합 앨범스' 등이 있다. 보통 앨범 차트라고 하면 '더 빌보드 200'를 지칭한다.
빌보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K팝의 위상을 반영, 지난해 K팝차트를 개설했다. 당시 발행인 하워드 에펠바움은 "K팝의 잠재력이 하나 둘씩 펼쳐지고 있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음악시장"이라면서 "빌보드 K팝차트를 통해 K팝이 세계 음악시장에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DJ 겸 팝칼럼니스트 김광한(66)씨에 따르면, 한국 대중음악이 빌보드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다. 당시 빌보드 한국특파원을 지낸 팝칼럼니스트 1호이자 래퍼 타이거JK(38·서정권)의 부친인 서병후(70)씨가 빌보드에 한국음악을 소개한 것이 계기다.
당시 '한국 록의 대부'로 통하는 신중현(74),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록밴드 '시나위',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53) 등이 빌보드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01년 가수 김범수(33)의 히트곡 '하루'의 리메이크 버전 '헬로 굿바이 헬로'가 '핫 싱글스 세일즈' 차트 51위에 오르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빌보드 도전이 본격화됐다.
'핫100'에는 2009년 원더걸스가 '노바디'로 76위에 진입했다. '빌보드 200'에는 2009년 가수 보아(26)가 앨범 '보아'로 127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올해 그룹 '빅뱅'이 '얼라이브'로 150위, 그룹 '소녀시대'의 유닛 '소녀디새-태티서' 첫 앨범 '트윙클'이 126위로 들어간 바 있다.
김광한씨는 그러나 "그 뒤에 빌보드의 관심을 뒷받침해줄 대중음악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빌보드 상위권을 차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오기까지 20년이나 걸렸다"고 지적했다.
'핫100'에서 지금까지 정상을 가장 많이 밟은 팀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로 모두 20곡을 1위에 올렸다. '핫100'에서 비영어권 노래가 정상을 차지한 것은 여섯차례에 불과하다. 따라하기 쉬운 춤 등 때문에 '강남스타일'와 비교되는 스페인 듀오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가 1995년 14주 연속 1위를 달리기도 했다. 아시아 가수 중에서는 1963년 일본의 사카모토 큐(1941~1985)의 일본어 노래 '스키야키'가 유일하다.
음원 공개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강남스타일'이 다음 주에 1위에 오르게 되면 아시아 가수 중에서는 두번째, 한국에서는 첫 번째라는 기록을 세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