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공무원 ‘동분서주’ 시민들 ‘나몰라라’
2014-08-20 퍼블릭 웰
특히 세월호 침몰사태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사실상 공무원만의 을지연습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대구 한 아파트에서 진행된 을지연습은 전시 주민생활안정 화재발생에 따른 대피훈련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 걸었다.
스커드 미사일 오발로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 이를 진화하고 대피하는 훈련이지만 일반 주민들의 대피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전 10시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젊은 남성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아파트 주민이 아닌 전반기 교육을 받지 않은 민방위훈련 참석자들이었다.
2시간여 을지훈련에 참여하고 4시간 교육받은 것으로 인정돼 참석자들의 호응이 오히려 좋았다.
사전 교육과 각 민방위조의 배치가 끝난 뒤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인 을지연습이 시작됐다.
을지연습을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몇몇 주민들이 창문사이로 훈련 상황을 바라 볼뿐 주민들의 반응은 사실상 전혀 없었다.
오전 11시를 지나자마자 적 스커드 미사일 오발로 화재 발생이라는 설명이 울려 퍼지고 연막탄이 점화됐다.
연막탄이 터지자 동의 주민들이 아닌 민방위훈련 참석자들이 아파트 밖으로 나왔으며 '신속하게 대피하라'는 공허한 울림만 안내 방송으로 흘러나왔다.
사전 시나리오에는 '주민들이 폭발소리와 화재에 놀라서 급히 밖으로 달려나오고 있다'고 적혀 있을 뿐 실제 대피한 주민은 한명도 없었다.
소방서와 경찰서로 상황전파가 이어졌고 자체 진화를 한다고 했지만 소화기는 작동하지 않은채 들고다니는 동작만 보여줬다.
소방차가 진입할 때도 쓴 웃음을 자아냈다. 주차된 차량들로 소방차 진입로가 좁아 신속하게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방차가 도착해 물을 뿌리며 진화작업을 하는 것도 현실성이 없었으며 그 순간 택배 기사는 아무일 없다는 듯 유유히 옆 동으로 들어갔다.
소방차와 구급차량이 아파트를 빠져나간 뒤 군인들을 태운 군용 작전차량이 아파트로 진입, 시나리오상 미사일 파편을 수거했다.
진짜 미사일 파편은 아니더라도 유사한 것이라도 있어야 함에도 불구,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었다.
이렇게 시나리오상 오전 11시27분에 끝나야 할 훈련 상황은 단 8분여만에 마무리됐다.
안전교육을 위해 방독면 착용 체험과 심폐소생술이 진행됐지만 민방위훈련에 참여한 남성 3명만 마지못해 방독면을 착용했다.
그나마 심폐소생술은 시범만 보일 뿐 실습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결국 모든 훈련은 오전 11시21분께 끝났다.
을지연습이 끝난 뒤 민방위 참석자들은 소집통지서를 제출하고 빠르게 사라져갔다.
을지연습이 끝날 무렵 아파트에 들어선 50대 아파트 주민은 "뭐하고 있는 중입니까"라고 물어 을지훈련 자체를 몰랐다.
결국 국가비상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비상대비업무를 수행하는 훈련이라는 을지연습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출처 : 경북일보 / 김현목기자 hmkim@kyongbu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