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최다 홀드' 박희수, '무명' 딛고 불펜 '새역사'
박희수는 2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SK가 4-1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홀드를 챙겼다.
시즌 33홀드째(7승1패6세이브). 대기록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박희수는 이틀 연속 홀드를 수확, 지난 2006년 권오준(삼성 라이온즈)가 세운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32홀드)를 넘어섰다.
선발 채병용, 박정배에 이어 8회 등판한 박희수는 이상훈을 3루수 앞 땅볼로 잡았고, 오선진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최다 홀드 신기록에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겼다.
박희수는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기록을 신경쓰는 듯 보였다.
최진행에게 볼넷을 내준 박희수는 김태균을 상대하다 폭투까지 던지며 2사 2루의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박희수는 볼카운트 1-3에서 김태균에게 투심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고, 또다시 투심으로 승부해 김태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데 성공했다.
한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을 달성하는 순간. 평소 그다지 제스처가 크지 않은 박희수는 커다란 손동작으로 박수를 쳐보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명의 설움을 딛고 달성한 기록이기에 그에게는 더욱 값진 것이었다.
대전고,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6년 SK에 입단한 박희수는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2008년과 2009년에는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군대에서 돌아온 박희수는 2010년 14경기에 등판,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4.58로 시즌을 마쳤다.
그가 두각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였다. 지난해 박희수는 39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8의 성적을 거두며 SK '불펜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가을 신데렐라'의 면모를 아낌없이 과시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박희수는 올 시즌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특급 불펜'의 면모를 한껏 뽐냈다. 시즌을 앞두고 SK 불펜에 누수가 많았지만 공백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4월 한 달 동안 8경기에서 10⅔이닝을 던진 박희수는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기분좋게 올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정우람(27)과 함께 SK 불펜을 든든히 지켰다.
그는 이날까지 무려 63경기에 등판해 79⅓이닝을 던졌다. 블론세이브는 4차례 뿐이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박희수는 마무리 정우람이 검지 손톱이 깨져 투구가 불가능해지면서 당분간 마무리를 맡았다. 처음으로 맡은 마무리 보직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는 6세이브를 올리며 정우람의 공백을 잘 메웠다.
지난 6월 말에는 왼 팔꿈치 통증 탓에 재활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26일만인 7월17일 복귀한 박희수는 이후 제 자리를 꿋꿋히 지키며 SK 불펜의 '쌍두마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대기록을 세우게 된 박희수를 축하하기 위해 이날 SK 선수들은 덕아웃 앞에 도열해 박희수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박희수는 "기록을 세운 뒤 흥분되서 나도 모르게 제스처를 크게 했다. 속으로 많이 원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 김태균 선배를 상대로 삼진을 잡아 더 크게 제스처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2사까지 쉽게 던졌는데 2사 이후 나도 모르게 의식한 것 같다. 멋있게 마무리를 하고 싶어서 그랬는지 힘이 들어갔다"며 "김태균 선배가 치지 않았으면 볼이었는데 헛스윙을 했다. 운이 따라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모님이 가장 생각난다는 박희수는 "야구를 시작했을 때 저를 가르쳐주신 감독님도 생각나더라. 현재 충남중 감독을 맡고 계신 김의수 감독님이신데 유독 생각이 많이 났다"고 밝혔다.
이런 기록을 세운 것이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한 박희수는 "올해 목표를 25홀드로 잡았었다. 시즌 초반 페이스가 좋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최다 홀드 기록까지 세우게 될 줄은 몰랐다"며 "30홀드 이후 욕심이 났는데 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졸이고, 군대를 다녀온 기간을 제외하면 4년을 무명으로 지냈다. 그리 오랜 기다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2군에서 힘들었던 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를 이 자리에 올려준 것은 '전매특허'인 투심이었다. 박희수는 "7년 전과 구위가 달라진 것은 느끼지 못하겠다. 투심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좋은 성적이 따라왔다"며 웃었다.
박희수는 "올 시즌 재활군에 다녀왔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페이스가 덜 올라온 상태에서 1군에 올라왔었는데 밸런스가 맞지 않아 흔들렸다. 그래도 던지면서 밸런스를 찾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희수는 "2군에서 풀타임을 많이 해봐서 크게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1군이 다른 것은 확실했다. 느끼면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경험 덕분에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간계투로 자부심을 느낀다는 박희수는 "시즌 도중 마무리로 나서기도 했지만 중간이 아직 편하다"며 "팀이 필요한 위치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