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투수대타' 신동훈 "당연히 기쁘죠. 이게 제 자리니까요"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2-7로 넥센이 크게 앞선 가운데 8회초 LG가 신인 투수 신동훈(18)을 마운드에 올렸다. 순간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2012 신인드래프트 2차 6번으로 지명받아 LG에 입단한 신동훈은 영광스럽지 못한 프로 데뷔무대를 가졌다.
지난 12일 잠실 SK전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LG 김기태 감독은 2사 2루 득점찬스를 잡고도 항의의 의미로 팀의 중심타자인 박용택을 빼고 신인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세워 논란을 일으켰다. 사실상 경기를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신동훈은 당시 장갑도 보호 장비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멋쩍은 모습으로 상대 마무리 정우람의 공을 지켜보다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첫 타자인 이성열을 상대로 141㎞짜리 직구를 꽂아 넣으며 기선을 제압한 신동훈은 공 4개로 이성열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프로데뷔 첫 탈삼진이었다.
후속타자 차화준 역시 4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신동훈은 이어진 문우람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뒤 마운드에 내려갔다. 신동훈의 진정한 프로 데뷔무대였다.
이날 9개의 공을 던진 신동훈은 7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었고 직구 최고구속은 145㎞까지 나왔다.
팀이 패배해 크게 웃을 수는 없었지만 뿌듯함을 감추지는 못했다. 지나가던 넥센 김동수 배터리 코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신동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신동훈은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소감에 대해 "너무너무 좋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데뷔전과 비교해서는 어떠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이번이 훨씬 기쁘다. 이게 내 자리이기 때문이다"고 웃었다.
이어 "안 아프고 1군에 남아 있는 게 목표다"며 "계속 1군에 남아 꼭 팀에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