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4년의 고난' 견딘 김시진 감독, 왜 전격 경질됐나?
넥센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감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며 남은 시즌을 김성갑(50) 수석코치 감독대행 체제로 치른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09년부터 넥센 사령탑을 맡았던 김 감독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김 감독과 넥센의 4년간의 동행도 끝을 맺게 됐다.
현대 유니콘스의 매각이 결정된 2007년 현대 사령탑을 맡았던 김 감독은 넥센이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뒤 재창단하면서 지휘봉을 내려놨다. 그러나 김 감독은 2009시즌을 앞두고 넥센과 3년 계약을 맺으면서 현대에서 넥센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선수들과 다시 만났다.
김 감독은 이택근, 장원삼, 이현승 등 팀 주축 선수들이 현금 트레이드 되는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팀을 이끌었다.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난 2009년 60승72패1무로 6위에 머문 넥센은 2010년 52승78패3무로 7위에 그쳤다. 넥센은 지난해에는 51승80패2무를 기록,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넥센 구단은 계약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그것도 시즌 초반인 3월말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넥센 구단은 주축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한 가운데 김 감독이 유망주를 키워주기를 원했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던 김 감독의 지휘하에 넥센에서는 유망주 투수들이 대거 발굴됐고, 이런 점이 재계약이 성사되는 밑바탕이 됐다.
넥센은 지난해 김 감독과 재계약을 맺을 당시 "아직 팀이 성장하고 있는 단계다. 큰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감독의 장기계약이 필수라고 생각해 계약기간이 1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재계약을 제안드리게 됐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단을 지휘해 주시길 바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2014년까지였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올 시즌 잔여경기를 불과 15경기 남겨 놓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경질이었다.
넥센 이장석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모처의 한 호텔에서 김 감독과 만나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김 감독은 목동구장으로 이동해 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넥센은 경기가 없어 선수단 휴식일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단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넥센은 갑작스럽게 김 감독과 계약을 해지한 이유를 '팀 체질 개선'으로 들었다.
넥센 조태룡 단장은 "창단 5년이 지났고, 새로운 5년을 준비해야 한다. 대폭적인 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승'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다 보니 감독을 교체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성적이 좋았다면 '팀 체질 개선'은 필요 없다. 사실상 성적 부진이 김 감독이 경질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킨 넥센은 전반기를 3위로 마감하며 2008년 창단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을 밝혔다. 하지만 후반기에 뒷심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순위가 6위까지 떨어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넥센은 과감한 투자를 했다. 2009년 자금난을 이유로 LG 트윈스에 현금 트레이드를 했던 이택근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자 계약 기간 4년 계약금 16억원, 연봉 7억원, 플러스 옵션 6억원 등 총 5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김병현을 총 16억원을 주고 영입했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성적이 더욱 만족스럽지 못했을 수 있다.
조 단장은 "성적 부진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몇 경기 남지 않았지만 희망이 없는 상황이지 않는가"라며 "시즌이 끝나고 하면 체질 개선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이 완성되고, 서건창 같은 신인 선수도 등장했다. 올 시즌 브랜든 나이트, 밴 헤켄으로 이어지는 1, 2선발도 건재했다"며 "하지만 성적은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에게 시즌 끝까지 감독직을 맡기고 차기 사령탑에 대한 물밑작업을 하는 것이 김 감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도 잔여 경기를 불과 15경기 남기고 계약을 해지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넥센 관계자는 "감독 교체를 결정한 상황에서 김 감독이 시즌 끝까지 감독직을 맡을 경우 뒤에서 몰래 차기 감독을 알아봐야 하지 않는가. 그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봤다"며 "자진사퇴 형식을 취할 수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어서 있는 그대로 발표하는 것이 낫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성갑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꾸리는 넥센은 곧바로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에 나선다.
조 단장은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새로운 5년에 맞는 감독을 선임할 것이다. '우승'이라는 큰 그림에 맞는 감독, 성적을 내줄 수 있는 감독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 감독의 경질 이유를 '팀 체질 개선'이라고 들었지만 내부 승진 가능성까지 배제한 것은 아니다. 조 단장은 "내부 승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차기 감독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