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팝아닌 '강남스타일' 그래서 더 희망적
17일 미국 아이튠스 종합 싱글차트인 '톱 송스'에서 1위를 달리고, 22일자 '빌보드' 핫100 싱글차트에서 64위를 차지하는 등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강남스타일'은 미국 진출을 시도한 K팝이 영어를 사용한 것과 달리 한국어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유례가 없다. 분석대상이 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강남스타일'은 K팝이 아니다. 해외에서 각광받는 싸이를 놓고 '강제 해외진출'이라고 할 정도로 K팝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 정부와 가요기획사들이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K팝이 아니다.
싸이는 YG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있으므로 기획사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보다는 개인의 개성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지닌다. 2001년 '싸이 프롬 더 사이코 월드' 수록곡 '새'로 데뷔할 때부터 드러낸 '똘기'를 일관되게 유지해온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이 주축이 된 K팝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다.
싸이 때문에 아이돌 그룹들이 일궈낸 K팝의 성과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빅뱅' '2NE1' '2PM' '비스트'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도 통한다. 그룹 'JYJ'와 김준수는 남미에서까지 인기다. 물론, 아시아를 벗어난 아이돌 K팝은 아직은 현지 마니아 위주로 소비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싸이는 '말춤' 등 코믹한 요소로 K팝의 팬층인 10, 20대를 넘어 전 연령층으로 인지도를 확산시키며 새 시장을 개척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는 한강의 오리배, 사우나, 관광버스에서 우스꽝스러운 말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인에게는 낯설지 않은 문화이나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했다. 이어 호기심이 열풍으로 번지기에 이르렀다. 7월15일 발표된 이 노래는 국내에서는 신드롬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해외에서 주목받은 뒤 국내에서 새삼 관심을 모았다. 역수입 느낌이 없잖다.
싸이의 대성공에서는 일종의 돌연변이로 수용해야 할 부분도 있다. 싸이와 K팝을 국위선양으로 연결하는 아마추어리즘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 주도 유행이란 어불성설이다. 준비된 엔터테이너 싸이에게 기회가 왔고, 싸이는 놓치지 않고 냉큼 올라탔을 뿐이다. 싸이처럼 똘기를 부리는 아류의 출현은 경계해야 옳다.
싸이는 지난 14일 아침 미국 뉴욕 맨해튼 록펠러센터 광장에서 방송된 NBC TV '투데이쇼'에 등장,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딴따라 만세!"라고 소리쳤으면 더 좋았겠다. K팝, 싸이와는 또 다른 장르의 딴따라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꿈을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음지에도 실력파 딴따라들이 즐비한 대한민국이다.
K팝의 해외진출을 돕는 서울국제뮤직페어(MU:CON SEOUL)가 11월 1~3일 열린다. 싸이류와 기존의 K팝류 말고 신종 뮤지션을 발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