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첩보영화' 방불케한 5·18 방문
2012-09-16 나는기자다
14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방문은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리에 이뤄졌다.
안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수행원 등 5명과 함께 5·18민주묘지에 모습을 나타냈다.
안 원장의 갑작스런 방문은 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는 물론 경찰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관리사무소는 평소처럼 일반 참배객을 맞이하고 있던 중 한 직원이 "유영봉안소에 안철수 원장과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한 뒤에서야 안 원장의 방문 사실을 파악하고 나섰다.
정현종 관리사무소장은 직원의 말을 듣고 사무소에서 50m 가량 떨어진 유영봉안소로 급히 올라갔고 안 원장과 5명 정도의 수행원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안 원장 수행원은 "이날 방문은 개인적인 것이고 비공개다. 언론사 등 어떤 곳에도 알리지 말고 관리사무소도 사진 촬영은 자제해 달라. 조용히 참배하고 돌아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인과 유명 인사들이 5·18민주묘지를 방문 할 때 사전 연락을 하고 참배 의식을 거행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어서 관리사무소 측도 적잖이 당황했다.
이후 안 원장은 추모탑 앞에서 직접 준비한 하얀색 국화 꽃다발을 헌화하고 참배 하며 민주열사들의 숭고한 넋을 기렸다.
이후 안 원장은 관리소장의 안내를 받으며 묘역을 둘러봤다. 이 때까지는 안 원장과 수행원, 관리소장 뿐이었다.
묘역 참배를 마친 뒤인 10시50분께 뉴시스 기자가 모습을 보이자 안 원장 수행원은 기자에게 "어떻게 알고 왔느냐. 개인적인 방문이고 비공개이다. 사진은 여기까지만 찍었으면 한다"며 취재 자제를 요청했다.
안 원장은 이후에도 정치인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참배를 한 뒤 곧바로 돌아가던 모습과 달리 안 원장은 추모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안 원장은 1층에 마련된 '한줄기 눈물 민주의 샘'에서 촛불을 띄우고 2층의 전시물까지 20여 분정도 둘러봤다.
이 과정에서 한 시민이 안 원장을 알아보고 다가와 악수를 요청하자 안 원장은 밝게 웃으며 응했다.
또 안 원장의 5·18민주묘지 방문 소식이 알려지면서 민주묘지를 방문한 시민들이 정문으로 몰려 왔지만 안 원장 일행은 50여 분만인 오전 11시20분께 승용차편을 이용해 빠져나간 뒤였다.
안 원장은 5·18민주묘지의 초입인 '민주의 문'에서 방명록에 '고이 잠드소서'라는 글귀를 남겼다.
정현종 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장은 "유명인물이 민주묘지를 방문할 때는 미리 연락을 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한 뒤 민주의 문 앞에서부터 수행을 한다"며 "하지만 안 원장의 방문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묘지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방문 소식을 뒤늦게 듣고 많이 당황했다"며 "한 직원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렸는데 찍지 못한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