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아동성범죄에 '워킹맘'들 두 번 운다
김씨는 "아무래도 직장생활을 하면 아이가 학교에 제대로 도착했는지, 안전하게 집에 왔는지 빠르게 확인하긴 어렵지 않느냐"며 "돈도 자기계발도 좋지만 아이 안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남편과 상의 끝에 재취업을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4세 여아를 둔 '워킹맘' 정소라(36)씨도 "최근 들어 시부모님이 일을 그만두던가 아니면 합가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계속 물어보신다"며 "어차피 직장에서도 마음놓고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것이 아이를 위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연일 보도되면서 직장과 양육을 동시에 하는 이른바 '워킹맘'들의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발생한 성폭력 범죄는 총 2054건. 하루 5~6명의 아이들이 성폭력의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10년 전인 2002년 600여건에 비해 무려 3배 이상이 늘었다. 신고율이 낮은 성범죄의 특성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 처럼 아이들이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대부분의 아동 돌봄 서비스들이 기초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한부모·조부모 가정,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일정 소득이 있는 서민이나 맞벌이 부부 자녀는 돌봄서비스 이용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맹점도 안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취약계층 아동에게 급식과 함께 교육과 놀이 등을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 수는 지난해 말 현재 약 4000개, 이용 아동 수는 10만여명에 달한다. 또 방과후학교의 일환인 초등돌봄교실은 전체 초등학교의 96%인 5652개교에서 7086교실을 운영 중이며, 15만9000명의 아동이 이용 중이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 하루 1시간 이상 혼자있거나 아이들끼리만 있는 '나홀로 아동(자기보호 아동)'은 전국 초등학생 328만명 중 97만명. 여전히 수 많은 어린이들이 돌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다.
성태숙 지역아동센터협회 정책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아동 대상 성범죄 및 방임아동 실태와 대책' 간담회에서 "지역사회에서 아동들이 성인의 보호를 받지 않고 활동하는 게 너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등·하교 시 성인이 반드시 동행하는 도우미 제도를 확충하고 지역을 중심으로 기본에 충실한 아동 안전망을 재구조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그동안 저소득층 자녀를 중심으로 제공했던 돌봄 서비스의 일반 맞벌이 가정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한 '원스톱' 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주로 기초수급, 차상위계층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지역아동센터를 일반 맞벌이 자녀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현재 민간 및 지방정부와 논의하고 있다"며 "특히 보호자가 올 때까지 단시간이라도 아동이 방치되지 않도록 교사와 엄마의 역할을 통합해 한 곳에서 제공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인종합사회복지관처럼 아동들이 자유롭게 모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돌봄시설이 동네 곳곳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아동이 학교에서 집으로 또 학원으로, 홀로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도 한 곳에서 모든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서울=뉴시스】